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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홈페이지에서 ‘사설’ ‘대법원’ ‘다양’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면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촉구하는 사설 10여편을 볼 수 있다. 첫 사설은 2005년 1월 실린 것이다. 무인 자율주행 차량이 사람을 실어나르고 북·미 정상이 악수하는 2018년에도 대법원은 그 시절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가 대법관 3인의 후임을 결정하기 위해 심사 중인 후보군 면면을 살펴보면 극명히 드러난다. 경향신문 분석에 따르면, 후보군 41명은 이른바 ‘서·오·남(서울대 출신·50대·남성)’으로 요약된다. 73.2%(30명)가 서울대 법대 출신이고, 평균 나이는 56.1세로 40대는 전무하다. 남성이 36명으로 여성(5명)보다 7배 많다. 33명이 현직 판사이며 이 중 14명이 법원장이다.

대법원 구성은, 사법부는 물론 나라 전체의 민주주의 수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대법관이 내리는 판결은 판례가 돼 법률에 준하는 권위를 갖고 시민의 삶을 좌우한다. 시대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이념과 가치, 각계각층의 이해와 관점을 판결에 고루 반영하려면 대법원의 인적 다양성 확보는 필수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대학을 나오고, 같은 시험을 통과한 뒤, 수십년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업무를 해온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갖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법원은 많은 판결을 하기보다 좋은 판결을 내려야 한다. 좋은 판결은 균형 잡힌 시각에서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배경으로 인적 구성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한 전수안 전 대법관의 말은 곱씹어볼 만하다.

추천위는 20일 회의에서 41명 중 9명 이상을 선정해 대법원장에게 제시한다. 대법원장은 이들 가운데 3명을 뽑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추천위와 대법원장은 최선이 어렵다면 차선, 그것도 어렵다면 차악의 후보라도 선택해야 한다. 향후에는 추천위 구성부터 바꿔야 한다. 현재 10명인 추천위 규모를 확대하되, 법조인 비율은 낮추고 여러 분야 전문가를 늘려야 한다. 대법관은 선거절차를 거치지 않는 만큼, 후보 추천 과정에 시민 참여를 확대하는 과제가 절실하다. 대법관 후보군을 검토·평가하는 별도 상설기구를 두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최근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으로 온 나라가 분노하는데도 대법관들이 “재판거래 의혹은 근거 없다”는 어처구니없는 입장문을 낸 것도 대법관 추천·제청 과정의 문제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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