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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미군기지 재배치 협약에 따라 용산미군기지 등 26개의 미군기지가 반환을 앞두고 있다. 반환된 기지는 평택과 대구, 2개의 중심기지로 이전·확장된다. 특히 서울 용산기지, 동두천과 의정부 미 2사단 일부가 이전되는 평택 주한미군기지의 경우 이전비용만 16조원, 기지 면적도 여의도의 5.5배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천문학적인 기지이전 비용과 오염정화 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보 시절, 주한미군 주둔비용 100%를 한국이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며칠 전에는 “왜 우리가 사드 배치 비용을 내야 하느냐”며 10억달러 청구서를 한국에 보냈다.
녹색연합 등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5년 동안 용산미군기지 내부의 기름오염 사고는 84건이 넘었다. 미군 자체 기준으로 ‘최악의’ 유출량 3.38t 이상 7건, ‘심각한’ 유출량 400ℓ 이상 32건이 포함되었다. 그런데 환경부가 통보받은 사고는 단 5건. 주한미군은 지난 25년 동안 최악의 환경오염사고를 저지르고도 한국 정부와 서울시에 알리지 않았다. 용산미군기지 내부의 전면적인 조사 요청에도 묵묵부답이다. 2016년에도 용산미군기지 외곽 녹사평역 인근 지하수에서 1군 발암물질인 벤젠과 석유계총탄화수소가 허용기준치의 500배를 초과하였다. 단일 기지로는 가장 많은 환경사고가 이곳에서 발생했고, 지금도 기름오염 물질이 고농도로 검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용산미군기지 오염정화 비용은 대체 얼마나 들까. 서울시는 녹사평역과 캠프 킴 기름오염 사고, 단 두 건을 정화하기 위해 2001년부터 2014년까지 70억원을 지출했다. 내부오염원이 처리되지 못한 상황이며, 지금도 정화비용은 늘어나고 있다. 2010년 반환된 부산 하야리아의 경우, 3억원을 예상했지만 50배 정도 늘어난 143억원이 들었다. 2013년 반환된 동두천 캠프 캐슬의 경우, 전체 면적 15만㎡의 40%가 오염되었는데 196억원의 정화 비용이 지출되었다. 국토부 용산공원추진기획단이 용산의 오염정화로 책정한 비용은 1030억원이다. 이는 환경부가 통보받은 단 5건의 오염사고에 근거한 값이다. 기지 전역에서 오염이 발생한 264만㎡ 면적의 용산미군기지는 1조원 이상의 오염정화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 외교부, 환경부가 국가 안보를 핑계로 미국의 눈치를 보고 있다면, 서울시가 나서야 한다. 시급히, 주한미군에게 국내법에 근거한 토양오염 정화명령을 내려야 한다. 토양환경보전법은 서울시장이 주한미군에게 오염 정화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정하고 있으며, “그 오염을 발생시킨 자는 그 피해를 배상하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한미군에게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또한 ‘최악의’,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 용산미군기지 외부지역을 대상으로 토양과 지하수 오염을 우선 조사하고 치유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용산미군기지 피해를 담당할 부서를 신설하고 기지 반환과 오염 치유에 대한 서울시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할 몫이다.
주한미군은 70년 이상 한국 땅을 사용하면서 오염정화 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았다. 오염 제공자가 정화 책임을 지는 ‘오염자 부담의 원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트럼프는 사드 배치 비용을 청구하기에 앞서, 오염으로 찌든 용산미군기지 정화비용 1조원을 책임져야 한다.
윤상훈 | 녹색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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