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5월 5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숱한 비판을 받으면서 무모하게 추진했던 4대강 사업은, 극심한 수질 악화와 수생태 훼손이라는 부정적인 영향으로 또다시 숱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제 정권교체와 함께 4대강의 재자연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재자연화(renaturalization)라는 용어는, 엄밀한 의미에서 4대강 사업 이전의 하천이 온전한 자연 상태가 아니므로 적절치 않다고 볼 수도 있다. 재자연화 대신 복원이나 회복, 또는 재생을  고려할 수도 있다.

모두 훼손된 환경을 회복한다는 의미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여기서는 편의상 재자연화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

재자연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축조된 보의 검증 및 개선이다. 개선 방안은 첫째 가동보(수문)을 활용한 상시 개방, 둘째 보의 일부 철거 또는 전면 철거이며, 궁극적으로는 보의 전면 철거로 귀결되어야 한다.

그러나 4대강 보의 철거는 현재의 하상(하천 바닥)을 그대로 둔 채 시행해서는 안된다. 4대강 하상은 이미 사업을 통해 상당 부분(3~4m) 파헤쳐져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보 철거에 따르는 주요 영향은 유속 증대, 보 상류의 세굴·침식 및 하류의 퇴적이다.

이로 인해 지천 연결부에서는 ‘두부 침식’(시민사회에서는 역행 침식이라고 한다)이 진행된다. 4대강 하상이 파헤쳐진 상태에서 보를 철거하면 이러한 영향이 더욱 가속되며 경우에 따라서는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내성천 백사장의 소멸일 것이다. 내성천 백사장이 유지되는 이유는 상류로부터 고운 모래가 공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류에 영주댐이 설치되어 모래의 공급은 차단된다. 여기에다 하류의 보를 철거하면 유속이 빨라지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내성천 모래는 하류로 유실될 것이 뻔하다.

두 번째의 영향은 보 상류에 존재하는 교량의 침하 및 붕괴 우려이다. 예를 들어 낙동강 창녕함안보 상류의 낙동대교, 칠곡보 상류의 철도교, 구미보 상류의 고속도로 교량 등이다. 이들 교량은 보 철거에 따라 유속이 빨라지므로 교각 하부가 세굴될 우려가 있으며, 이는 교각의 침하 및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지천에도 본천 하상이 세굴되므로 세굴·침식이 진행된다. 이 경우 지천의 많은 교량 붕괴가 우려되며, 지하수위 저하로 경작의 어려움, 취수 시설의 설치 위치 변경이 요구되어 유지관리상 많은 어려움이 발생된다.

따라서 4대강 보를 철거할 경우, 먼저 하상을 4대강 사업 이전의 상태로 회복하면서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천변에는 4대강 사업으로 준설된 대량의 토사가 쌓여 있다. 이들 토사는 다시 하천에 투입, 포설해야 한다. 다만, 투입 과정에서 발생되는 오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방지막 설치와 함께 하천 서식생물에 대한 유해성 여부를 점검해야 한다.

보를 철거하는 방식으로는 단기간 철거 또는 장기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철거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전자는 하천의 수위, 흐름 상태가 단기간에 바뀌므로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 특히 폭파와 같은 초단기 철거는 경제성 측면에서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생태계의 급격한 훼손을 일으키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후자가 바람직하다.

철거 과정도 보를 수직 방향으로 철거하는 점저식, 수평 방향으로 철거하는 점확식이 있겠다. 이들은 각기 장단점이 있으므로 하천 여건에 따라 선택하되, 가물막이를 설치할 경우 현실적으로 점확식이 유리하다. 또한 홍수 시의 흐름을 돌리기 위한 우회수로 설치도 필수적이다.

보 철거에는 이상과 같은 기술적 검토도 중요하지만, 철거 계획 및 시공 과정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사회 및 지역 주민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즉 사회적 합의하에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 철거 비용은 알려진 내용에 의하면 그리 많지 않다. 다만, 철거 시기를 늦추면 늦출수록 비용은 기하학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보 철거는 빠를수록 좋다. 철거는 전역에 걸쳐 하기보다는 시범대상 지역을 선정하여 철거 효과를 파악한 후, 이를 전 지역에 확대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김진홍 중앙대 교수 건설환경공학과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