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에 살고 있는 민주세력은 박정희 신화와 싸우고 있다. 우리의 상대는 박근혜나 새누리당이 아니라 박정희다. 박정희를 가리키는 ‘반신반인’이라는 말에 모두 놀랐겠지만 이곳에서는 이 말이 오히려 겸양이다. 이곳에서 그는 온전한 ‘신’이다. 샤먼이다. 박정희 초상 앞에 촛불을 켜놓고 기복하는 모습을 이 지역에서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박정희 신화를 재생산하는 일은 쉬지 않고 진행됐다. 박정희 동상을 크게 세우고, 그의 최대 치적이라고 하는 새마을 담론을 동원하면서 박정희 신화를 끊임없이 불러내고 있다. 신화의 세계에서 박정희와 싸우는 일은 참 어렵다. 신화는 맹목적 믿음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데올로기보다도 강력하다. 이데올로기는 어떤 가치와 그것을 설명하는 논리이지만 신화는 조건 없이 따르는 것..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도 차츰 끝이 보이고 있다. 검찰은 대면조사 최후통첩과 별도로 연일 수사의 강도를 높이며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매일 몰아치는 대기업 수사는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죄를 정조준하고 있다. 뇌물죄가 입증되면 대통령은 퇴진 이후 사저가 아닌 감옥으로 가야 한다. 30일부터는 국정조사가 시작되고, 특검도 내달 초부터 활동에 들어간다. 이번 주말 촛불집회에는 전국에서 200만명이 모일 것이라고 한다. 사상 최대 규모다. 검찰 수사·국조·특검·촛불이란 파도가 사방에서 동시에 박 대통령을 덮치는 양상이다. 어느 것 하나도 피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이 본격적인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르면 12월2일, 늦어도 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표결에..
비선 실세 국정농단의 몸통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정치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없다. 법적으로만 간신히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본인만 이 현실을 거부하고 있다. 대통령이 불법과 비리를 지속적으로 저질러온 정황이 명백히 드러났으니, 그동안 온갖 의혹과 반대에도 대통령이 앞장서 밀어붙였던 정책들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문제의 정책들은 이전과 변함없이, 아니 더욱 신속히 진행되는 것 같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예정대로 28일에 공개하겠다고 한다. 국정화 추진은 학생과 교사, 대부분의 역사학자를 비롯한 수많은 국민의 분노와 저항을 불러일으켰던 사안이다. 그리고 국정화의 선봉에는 대통령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일본군 위안부 밀실·굴욕 협상은 외교부 장관이 반대했지만 대통령이 ..
100만 군중이 매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거리의 의회’를 열고 있다.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을 능가하는 분노의 함성과 외침이 만추의 광화문광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드러난 ‘권력의 사유화’로 박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고 통치불능의 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듯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상실한 지도자는 국가를 이끌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1974년 7월25일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범죄행위를 저지른 닉슨 대통령을 탄핵 소추한 하원 법사위원회에서 바버라 조던 하원의원은 “국민의 공적신뢰(public trust)를 배신한 대표는 탄핵될 수 있다”고 연설하였다. 대의 민주주의하에서 주권자인 국민은 대표에게 권력을 한시적으로 ‘위임’..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 힐러리 클린턴의 꿈은 백인 남성들의 이해를 대변한 도널드 트럼프에 의해 좌절됐다. 클린턴은 고별사에서 여성이 ‘유리천장’을 깨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한탄하면서 장차 미국 소녀들 중에서 여성 대통령이 꼭 나오기를 바란다는 비원을 전했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나오기 힘든 여성 대통령이 4년 전 한국에서 나왔다. 유교의 영향으로 가부장적 색채가 짙고, 남성 중심적인 나라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당시 필자는 여성을 대통령으로 선택한 한국의 민주주의가 대단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근혜는 무슨 힘으로 대통령이 됐을까. 무엇보다 대통령이었던 아버지의 후광과 영남 지역주의가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의 “우리도 한번 기 펴고 살아보..
검찰이 돌아섰다. 검찰이 등을 돌린 것은 시민들에게 총을 겨눈 군과 경찰이 시민의 편에 선 것과 같다. 살아 있는 권력에 굴종하고 죽은 권력만 물어뜯는다는 ‘하이에나 검찰’의 재빠른 변신이다. 검찰은 촉이 빠르다. 검찰의 표변은 박근혜 대통령이 더 이상 살아 있는 권력이 아니란 뜻이다. 오동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온 것을 안다. 국정복귀 일성으로 던진 ‘엘시티 철저 수사’ 지시는 지금 박근혜가 갖고 있는 패가 흑싸리 껍데기만큼 보잘것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한 꼴이 됐다. 특검 후보로 반짝 거론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엘시티 이영복 회장과 친분이 있다. 부산의 룸살롱 마담이었던 그의 내연녀 임모씨(혼외아들의 생모)에게 레스토랑을 차려준 사람이 이영복이다. 하마터면 채동욱에게 조사를 받을 뻔한 박근혜는 ‘채..
시민에 의해 포위된 청와대에서 홀로 웅크린 채 거짓 해명에 억지 부리기, 버티기로 일관하는 사람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다. 야금야금 국정 복귀의 기회만 노리다가 여론이 악화되고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억지다 싶으면 찔끔 물러서가며 오로지 대통령 자리를 지킨다는 일념으로 시민에 맞서고 있다. 최순실씨 등 3인의 공소장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그동안 나돈 이야기로 어느 정도 단련된 시민조차 깜짝 놀라게 하는 것들이었다. 정권 초기에 잠시 연설문 등의 표현에서 최씨의 조언을 받았다고 한 박 대통령의 말은 온통 거짓이었다. 지난 4월까지 외교문서는 물론 장차관 인선 검토 자료까지 줄기차게 최씨에게 넘기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 등의 설립과 모금 전 과정을 깨알같이 지시한 것도 모자라 재벌 총수..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 집무실 압수 수색 등 강제수사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검찰은 최순실씨 등의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을 9차례나 적시해 박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2년 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나 지난여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 사건 등에서 정권의 충견 역할을 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검찰의 변신은 전적으로 촛불 민심 때문이다. 주권자인 시민이 박 대통령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검찰을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관련 의혹은 손도 못 댔다. 김 전 실장은 그동안 최씨와 알고 지냈다는 이야기가 여러 차례 돌았지만 부인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최근 김종 전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