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정당성은 “사리에 맞아 옳고 정의로운 성질”을 뜻합니다. 한 집단의 정당성은 사회에서 주어진 몫을 다함으로써 얻습니다. 교사는 학생을 잘 가르칠 때, 의사는 환자를 돌볼 때 우리는 그들의 정당성을 인정하죠. 학생 성 학대, 의료사고가 불거질 때마다 정당성이 약화함은 당연합니다. 군대의 정당성은 특별합니다. 그들이 가진 폭력의 독점 때문이죠. 외적의 위협을 막는 대신 가공할 살인 무기를 지니고 거대한 조직을 유지할 정당성을 가집니다. 그 정당성이 흔들리는 순간 군은 소임을 하기 힘들어질 뿐 아니라 사회를 위협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되면 그 존재 이유마저 의심받을 수밖에 없죠. 1950년 여름 한국군은 치욕적 패배를 경험했습니다. 불과 며칠 만에 서울을 적군에 내주었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 수뇌부가 국회에서 정면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급변하는 정세에 안보집단으로서의 신뢰를 주기는커녕 군 최상층부가 “거짓말”이니 “각색”이니 하며 진실공방을 벌이는 장면은 실망스럽고 불안하다. 송 장관이 지난 3월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계엄 문건을 보고받아놓고도 4개월 동안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실책이다. 송 장관은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을 청와대에 늑장 보고한 데다 ‘대비계획 세부자료’까지 늦게 제출하는 중대한 판단착오를 잇따라 저질렀다. 군의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그의 권위도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기무사의 송 장관에 대한 공개 반발은 차원이 다른 심각성을 지니고 있다. 기무사는 상부의 명..
국회 국방위원회가 지난 23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군기무사 ‘계엄령 관련 대비계획 세부자료’ 전문을 공개했는데 그 내용이 점입가경이다. 계엄사령부로 하여금 국가정보원 등을 통제하고 국회·언론사를 장악하는 것을 넘어 계엄을 유지하기 위해 시민의 대의기구인 국회를 무력화하려는 계획이 추가로 드러났다. 기무사 문건이 계엄 주무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관련 규정을 짜깁기한 ‘단순 검토’ 문건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추가로 공개된 문건은 국회가 임시국회를 소집해 계엄해제를 시도할 것에 대비해 의원을 현행범으로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상정하고 있다. 사소한 법규 위반에도 의원들을 현행범으로 적극 체포함으로써 의결 정족수 미달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계엄을 주관하는 합참의 계엄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