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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회가 지난 23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군기무사 ‘계엄령 관련 대비계획 세부자료’ 전문을 공개했는데 그 내용이 점입가경이다. 계엄사령부로 하여금 국가정보원 등을 통제하고 국회·언론사를 장악하는 것을 넘어 계엄을 유지하기 위해 시민의 대의기구인 국회를 무력화하려는 계획이 추가로 드러났다. 기무사 문건이 계엄 주무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관련 규정을 짜깁기한 ‘단순 검토’ 문건에 불과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송영무 국방장관(왼쪽)의 간부소개 도중 차례가 된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추가로 공개된 문건은 국회가 임시국회를 소집해 계엄해제를 시도할 것에 대비해 의원을 현행범으로 사법처리하는 방안을 상정하고 있다. 사소한 법규 위반에도 의원들을 현행범으로 적극 체포함으로써 의결 정족수 미달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계엄을 주관하는 합참의 계엄 편람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계엄 편람은 계엄 중이라도 현행범이 아니면 의원을 체포·구금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건에는 여소야대 상황을 감안해 의원들이 아예 표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들어 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차단하는 한편 의원들의 성향을 진보 160명 대 보수 130명으로 분류까지 해놓았다. 시민의 대표를 적으로 간주한, 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문건의 초법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2016년 터키에서 시민의 저항으로 계엄군 진입이 실패한 사례를 들며 철저한 시민 통제를 요구했다. 내용이 워낙 상세하고 초법적이어서 쿠데타를 획책했다는 의심이 한층 강해졌다. 특히 미리 작성해놓은 계엄 선포문에는 ‘대통령’ 직책 옆에 ‘(권한대행)’ 표기가 들어 있다. 직무정지상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중 누구든 명령만 내리면 문건이 실행되는 직전 단계까지 갔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기무사 계엄 문건의 불법성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공개석상에서 계엄을 언급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불법성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국방부가 4개월 동안 방치하다 뒤늦게 문제 삼는다는 주장도 본류가 아니다. 그제 문건 의혹을 수사할 군 수사기구에 민간 검찰이 합류했다. 군·검합동수사부는 누구의 지시로 이 문건이 작성되었는지 그리고 어디까지 보고되었는지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전·현직 군 고위층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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