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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국군기무사령부 수뇌부가 국회에서 정면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급변하는 정세에 안보집단으로서의 신뢰를 주기는커녕 군 최상층부가 “거짓말”이니 “각색”이니 하며 진실공방을 벌이는 장면은 실망스럽고 불안하다.

송 장관이 지난 3월 이석구 기무사령관으로부터 계엄 문건을 보고받아놓고도 4개월 동안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할 수 없는 실책이다. 송 장관은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을 청와대에 늑장 보고한 데다 ‘대비계획 세부자료’까지 늦게 제출하는 중대한 판단착오를 잇따라 저질렀다. 군의 수장으로서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그의 권위도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땅에 떨어졌다.

이석구 기무사령관(가운데)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의 간부 소개때 경례를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하지만 기무사의 송 장관에 대한 공개 반발은 차원이 다른 심각성을 지니고 있다. 기무사는 상부의 명령에 따라 계엄 문건을 작성했으며, 송 장관도 이 문건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문건의 불법성을 무시한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기무사는 탄핵정국에서 자신들이 만든 계엄 문건이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점을 인식하고 현 정부가 들어선 뒤 스스로 송 장관에게 문건의 존재를 보고했다. 송 장관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켰다는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래놓고 이제와 문건은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뒤늦게 송 장관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모순이다.

사령관을 포함한 기무사 수뇌부 전체가 국회에 출석해 집단적으로 반발한 것도 상명하복의 군 조직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계엄 문건 작성 당시 태스크포스(TF)를 이끈 당사자는 소강원 참모장(소장)이고, 계엄문건에 딸린 ‘대비계획 세부자료’ 작성 책임자인 기우진 준장은 5처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책임져야 할 당사자들이 작심하고 상급자를 비판한 것은 조직 이기주의의 발로일 뿐이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기무사가 초법적 내용의 문건을 작성한 것이다. 기무사 장성들은 문건 작성이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증언했다.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 등 윗선의 개입 여부도 밝혀야 한다.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려면 군이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기무사와 군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송 장관과 기무사 간 공방은 군 개혁에 대한 내부 반발 가능성을 시사한다. 실제 군 개혁 조치를 늦추려는 조짐도 있다고 한다. 군 특별수사본부가 25일 소 참모장과 기 처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지금은 기무사 계엄 문건과 군 개혁에 집중할 때다. 송 장관과 기무사 간 공방으로 계엄 문건의 진실과 군 개혁의 당위성이 흐려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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