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의회가 엊그제 무상급식 지원 예산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단체장이 식재료 구입비의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으로 바꾼 것이다. 산청군의회는 새누리당 소속 8명, 무소속 2명으로 구성돼 있는 여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이다. 그런 산청군의 군의원들이 무상급식 주장을 ‘일부 종북세력 등의 외침’으로 표현한 홍준표 경남지사의 논리에 반한 조례를 통과시킨 까닭은 무엇일까. 4월1일 무상급식의 지원 중단 이후 두 달 가까이 흘렀지만 주민들의 반발과 저항이 식어가기는커녕 더욱 확산되고 있음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먹고 있던 아이들의 밥그릇을 빼앗은’ 경남도의 처사에 분노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4월부터 한 달 급식비로 평균 ..
무상급식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보편복지인 무상급식은 좌파 정책’이라며 일방적으로 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 소식을 접한 순간, 무상급식이 선거 쟁점이던 몇 해 전의 신입생 정시 모집 면접시험이 떠올랐다. 무상급식과 관련한 질문에 대부분 지원자는 의무교육을 근거로 찬성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눈칫밥을 먹던 자신이나 친구의 상처를 사례로 들며 찬성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조리있는 답을 해야 하는 자리에서 마음의 상처를 말하며 흔들리던 눈동자들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함께 먹는 밥, 바로 급식이 아이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예민한 문제라는 걸 그때 간파했다. 학교가 친구와 함께 마음껏 공부하고 밥 먹고 뛰어놀며 어울리는 공동체이길 바라는 마음들을 읽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이들..
몇 해 전, 당시 중학생이던 내 아들은 주말마다 독거노인을 방문해 음식을 대접하고 말동무 노릇을 해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하루는 뭔가 의미 있는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 왔다.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 우리랑 얘기하는 걸 무척 좋아해. 평소 너무 외로워서 그렇겠지? 그런데 소년소녀 가장이나 고아들도 많잖아. 고아들이랑 노인들이랑 함께 살게 하면 서로 의지도 되고 외롭지 않아서 좋을 텐데.” 그런 시도가 있다는 보도를 어느 방송에선가 본 기억이 있었기에, “그렇지 않아도 이미 하고 있을 걸”이라고 대답해주었다. 그 얼마 뒤, 수십년간 사회사업에 헌신한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나름 화제감이 될 만하다고 생각해 꺼낸 것이 아들과 대화한 내용이었다. “고아원과 양로원을 통합 운영..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예산 문제를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내년부터 도내 학교의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논란이 표면화돼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그제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내년도 유치원을 포함한 누리과정 예산의 절반 이상을 편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홍 지사의 무상급식 지원 거부 선언에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맞장구치는 등 새누리당 소속 단체장이 동조하고 진보 성향의 각 시·도 교육감들도 누리과정 예산 편성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해 책임 공방과 무상복지 논쟁을 증폭시키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무상급식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처음 내세운 공약이었다. 무상보육은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
경로의존성이란 개념이 있다. 요컨대, 익숙한 것에 대한 집착이다. 일단 어떤 경로가 정해져서 익숙해지고 나면 나중에 틀리거나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돼도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성을 말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는데, 물리학에서 말하는 관성의 법칙이 사회과학에 응용된 것이라 하겠다. 과거 반독재 투쟁 시절, 기본 균열은 민주 대 반민주였다. 즉 민주에 대한 찬반의 대립구도였다. 사물이나 현상을 찬반으로 보는 것은 옳고 그름의 시비로 구분하는 것이다. 일종의 당위적, 윤리적 관점이다. 민주화가 이뤄진 후 민주를 둘러싼 대립은 사라졌지만 찬반의 사고방식은 아직도 남아 있다. 특히 민주당에 강고하게 뿌리 내리고 있다. 찬반 사고는 두 가지 문제를 낳는다. 하나는, 어떤 문제든 찬성과 반대의 이분법적 차이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