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로 ‘법 미꾸라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또다시 법망을 피하게 됐다. 검사 출신인 우 전 수석의 비리를 규명하기 위해 특검을 도입했는데 사건을 다시 검찰에 넘기는 것은 수사를 그만하라는 것밖에 안된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추가 수사를 통해 그가 지난해 7~10월 법무부와 대검은 물론 일선 검찰청 검사들과 수백 차례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에 착수한 시기였다. 민정수석이 일선 검사와 접촉해서 수사 보고를 받고 수사를 지휘했다면 이는 엄연히 검찰청법 위반이다. 우 전 수석과 통화한 검사들도 죄다 수사 대상이다. 그러나 특검이 막을 내리면 이 같은..
2015년 1월, 임신한 아내를 위해 크림빵을 산 뒤 길을 건너던 남자가 뺑소니차에 치여 숨졌다. 소위 ‘크림빵 뺑소니 사건’이다. 범인은 도주했다가 수사망이 좁혀지자 자수했는데, 그는 한사코 ‘사람을 친 것을 몰랐다’라고 주장했다. 술에 너무 취해 정신이 없었다는 게 그의 변명이었다. 사고 직후 그가 골목길에 들어가 한참을 숨어 있었다든지, 정비소에 가는 대신 직접 부품을 구입해 부서진 차를 고치려고 한 일 등으로 미루어 볼 때 그는 사람을 쳤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가 시종 ‘몰랐다’라고 주장한 이유는 그편이 뺑소니보다 형량이나 사회적 비난이 작을 것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최순실 의혹이 불거진 지난 한 달여 동안,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몰랐다”이다. 청와대 경..
지금 대한민국에선 대통령이 범죄의 몸통이고, ‘비선 실세’가 국정을 농단한 사상 초유의 ‘박근혜 게이트’로 국민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습니다.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최순실이 검찰에 출석하면서 “국민 여러분,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뻔뻔함에 오물을 뒤집어쓴 듯한 모멸감을 느꼈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박근혜는 물러나라, 최순실은 하야하라!”는 시위 구호가 ‘신정통치’의 장막을 걷어내라는 ‘정언명령’처럼 들리는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런 ‘최순실의 나라’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317일간 사경을 헤매다 숨을 거둔 백남기 농민은 영정 속에서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두말할 나위 없는 ‘물대포 살인’을 저지른 경찰은 백남기 농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