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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로 ‘법 미꾸라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또다시 법망을 피하게 됐다. 검사 출신인 우 전 수석의 비리를 규명하기 위해 특검을 도입했는데 사건을 다시 검찰에 넘기는 것은 수사를 그만하라는 것밖에 안된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추가 수사를 통해 그가 지난해 7~10월 법무부와 대검은 물론 일선 검찰청 검사들과 수백 차례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에 착수한 시기였다. 민정수석이 일선 검사와 접촉해서 수사 보고를 받고 수사를 지휘했다면 이는 엄연히 검찰청법 위반이다. 우 전 수석과 통화한 검사들도 죄다 수사 대상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2일 새벽 서울구치소 밖으로 걸어 나오고 있다. 법원은 이날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특검이 막을 내리면 이 같은 청와대 권력과 검찰의 유착은 캐비닛 속에 처박힐 것이 뻔하다. 검찰청 조사실에서 점퍼 지퍼를 반쯤 내린 채 팔짱을 끼고 있는 우 전 수석과 그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있는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고검장) 검사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우 전 수석은 검찰의 상전이다. 게다가 국정농단의 공범인 황 대행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검찰을 장악하고 수사에 어깃장을 놓으려 할 것이다.

우 전 수석 문제만이 아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 3개월 쉼 없이 달려왔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노골적인 방해로 특검법에 적시된 과제를 온전하게 수행하지는 못했다. 무엇보다 청와대 압수수색과 박 대통령 대면조사를 못했다. 최순실씨 손발 노릇을 한 ‘문고리 3인방’과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수사도 제동이 걸렸다. 특검은 이 행정관이 박 대통령과 최씨 등의 차명 휴대폰 50여대를 개통해 관리한 사실을 최근 확인했지만, 추가 수사를 통해 나머지 내용을 더 밝혀낼 수 없다. 특검은 뇌물 공여자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했지만 SK·롯데·CJ 등 다른 재벌 총수에 대한 수사는 손도 못 댔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과 ‘비선 진료’ 의혹에 관한 수사도 진행 중이고, 덴마크로 도주한 정유라씨의 국내 송환도 완결되지 않았다. 특검이 막을 내리더라도 게이트의 실체 규명을 바라는 시민들의 요구는 꺾이지 않을 것이다. 황 대행이 덮는다고 사건이 종결될 수는 없다. 국정농단 세력에 대한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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