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상설협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여권이 한국당의 반대에도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안을 처리한 것으로 볼 때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해봐야 문 대통령의 일방적인 국정설명회의 장이 될 게 뻔하다는 이유였다.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매주 여는 4당 원내대표 회동에도 불참할 뜻을 비쳤다. 취임 인사차 오겠다는 이 총리의 방문도 거절했다. 여야 협치가 새 정부 출범 3주 만에 제1야당의 거부로 시작도 못하고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야당이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사청문회에서 공직 후보자들의 자질과 도덕성을 검증해 적격성을 따지는 것은 시민의 대표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무다. 그러나 어제 정 원내대표가 내세운 협치 거부 논리는 동의하기 어..
문재인 정부 출범 3주가 흘렀다. 비상식과 적폐, 그리고 부재와 공백의 시대를 지나 하나씩 살려내고, 건져내며, 바꾸려는 모습들이 짧은 시간의 속도마저 추월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역동적이다. 상식의 회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반전과 대조가 만들어내는 과거와의 격차에 가슴이 뛰며, 국민을 섬기는 진정한 정치의 귀환을 보며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 과장된 희망이 가미된 것이라고 해도 벅찬 시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희열만큼이나 낯선 동시에 자각몽처럼 두려움이 공존하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촛불혁명으로 시작해서 탄핵 인용으로 이어진 모든 과정은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을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 승리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광화..
청와대가 어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 보고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국방부가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국방부가 사드에 대해 제대로 보고했다고 주장하자 청와대가 작심한 듯 다시 공식 브리핑을 통해 사드 추가 배치를 파악하게 된 과정을 공개했다. 국방부 보고서 초안에 들어있던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 문구 등이 최종적으로 삭제되면서 두루뭉술한 내용만 보고됐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사드 4기가 추가 배치됐다는데요’라고 묻자 한 장관이 ‘그런 게 있었습니까’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국방부가 사드 보고에 비협조적이라고 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한 장관에게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
국방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발사대의 국내 추가 반입 사실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 경북 성주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 외에 4기의 발사대를 국내에 추가로 반입한 사실을 지난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업무보고 때 누락했다. 군이 중대한 안보 사안을 통수권자인 대통령도 모르게 다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철저 조사를 지시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청와대는 25일 업무보고에서 사드 발사대 2기와 엑스밴드 레이더의 반입만 보고받았다고 발표했다. 이에 국방부는 다음날인 2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4기의 발사대 추가 반입 사실을 보고했다고 전했지만, 청와대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 규명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준비 부족으로 논란이 벌어졌다며 “야당 의원들과 국민께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대국민사과한 지 사흘 만에 문 대통령이 다시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해 해명한 것이다. 그러면서 “공약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5대 비리 공직 배제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의 어제 해명은 한마디로 약속한 인사원칙을 적용할 세부 기준을 마련할 틈 없이 인선을 진행하다 보니 실수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다만 인사원칙을 훼손한 것이 아닌 데다 앞으로 지키겠다고 한 만큼 직접 사과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전병헌 청와대 정..
이낙연 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위장전입 문제를 둘러싼 야당의 반대로 지연되고 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 인준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공직자에 대한 새로운 검증 기준을 여야가 함께 마련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서도 야당은 당장 새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순조로울 것 같았던 문재인 정부의 첫 총리 인준과 조각이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이 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의 잇따른 위장전입에 대한 야당의 문제 제기는 충분히 이유가 있다. 문 대통령이 스스로 첫 인선에서부터 원칙을 어긴 점은 반드시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하지만 이것은 총리 인준 및 조각과..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정책결정 과정에 대해 감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4대강의 죽음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한 다수 국민에겐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당시 70% 이상의 국민이 반대했고 해마다 4대강이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기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는 국민 절대다수가 원하는 ‘국민의 명령’이다. 그럼에도 감사원이 절차상 이유를 들며 곧바로 감사에 착수할 수 없다고 하자 24일 한국환경회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하였다. 한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9.5%가 4대강 사업은 물론이고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국책사업에 대해 재조사에 찬성했다. 4대강 사업 재조..
‘나는 천 조각을 매일 갈았지만, 저녁때면 피로 흠뻑 젖었다. 천을 들어 올리면 내 손에도 살점이 달라붙었다. (중략) 작은 실밥 하나조차도 그에게 상처를 입혔다. 실수로 남편 피부를 긁기라도 할까봐 나는 피가 날 정도로 손톱을 짧게 깎았다.’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에 온 노벨상 수상자 알렉시예비치의 에 나오는 내용이다. 핵발전소를 폐쇄해야 한다거나, 핵사고와 관련된 많은 책들이 있지만 내게는 그의 책처럼 가슴이 저릿한 작품은 없었다. 문학포럼 참가차 방한한 누르딘 파라 역시 한국에 잘 알려져있지 않은 소말리아 출신 작가다. 단지 직업적 관심 때문에 그의 소설 를 찾아 읽었다. 이 소설은 종족 갈등 때문에 살해당하는 여성과 양아들 이야기다. ‘짧게 말해, 인생은 곧 제물이다. 짧게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