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에 맞서 경제 보복에 나섰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1일 스마트폰과 TV용 반도체 등 제조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대상 품목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에 쓰이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불산(에칭가스) 등으로, 앞으로 한국에 수출하려면 90일가량 걸리는 당국의 승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본 정부는 그간 한국을 우대국가로 분류해 수출 허가를 면제해 왔는데, 앞으로는 일일이 허가를 받게 하겠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의 태도로 미뤄 아예 허가를 내주지 않는 ‘금수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이번 조치는 그간 한·일관계에서 지켜져온 원칙을 완전히 무너뜨린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으로 지명했다. 윤 내정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을 지냈으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중앙지검의 국정농단·사법농단 수사를 지휘하는 등 ‘적폐청산 수사’의 상징으로 각인돼온 인물이다. 특히 그는 문무일 현 총장보다 사법연수원 5기수 아래다. 검찰 관행에 비춰보면 윤 내정자보다 선배인 고위간부 상당수가 용퇴할 가능성이 크다. 파격적 총장 발탁이 검찰 조직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윤석열’은 그에 대한 호오를 불문하고 하나의 ‘브랜드’가 된 검사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이라는 브랜드를 선택함으로써 선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첫째, 적폐청산은 계속된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만큼 적폐청산 기조가 약화되는 것 아니냐..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양정철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지난 21일 저녁 비공개로 4시간30분 가까이 회동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자리에는 현직 중견기자 1명도 동석했다. 양 원장은 “사적인 지인 모임이어서 특별히 민감한 얘기가 오갈 자리도 아니었고 그런 대화도 없었다”고 했다. 그건 그의 주장일 뿐 두 사람의 회동은 여러 면에서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사안이다. 양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최측근 친문 인사다. 그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해외로 출국해 2년간 유랑생활을 한 것도 현 집권세력 내 자신의 위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그가 돌아오자마자 국가 최고정보기관의 수장과 비공개 회동을 했다는 건 누가 봐도 부적절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중 누구 말이 맞는 것일까.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장관들, 잘하고 있다. 잘하고 있다면 인사실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김수현 실장은 지난 10일 ‘당·정·청 회의’에서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정부가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같은 자리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관료들에 대해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들을 한다”고 했다.공직의 특성상 ‘일 잘하는 장관’과 ‘복지부동하는 관료’는 양립할 수 없다. 관료들이 일을 안 하는데 장관이 열심히 한다고 성과가 날 리도 없고, 일 잘하는 장관 밑에서 일을 열심히 하지 않을 공무원은 없다. 대통령은 장관들을 신뢰하고 있는데 정책실장은 부처 공무원들이 정권..
지구촌 사람들은 자연환경과 생활양식에 따라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고구려 고분벽화를 보면 당시엔 세 가지 종류의 모자를 썼음을 알 수 있다. 수건을 머리에 매는 두건 형태의 것인 책(), 태양을 가리거나 비를 피하기 위해 사용했던 입(笠), 그리고 우리나라 고유의 모자로 고깔 형태인 절풍(折風) 등이다. 절풍 가운데 새 깃털 장식을 단 것을 조우관(鳥羽冠)이라고 부른다. 아마도 고구려인을 구별하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모자였던 것 같다.시선(詩仙) 이백은 절풍모를 쓴 고구려인의 춤을 보고 감탄하며 시 ‘고구려’를 지었다. “금 꽃 장식한 절풍모를 쓰고(金花折風帽)/ 백마 타고 유유히 거닐고 있네(白馬小遲回)/ 넓은 소매 너울너울 춤추니(翩翩舞廣袖)/ 해동에서 새가 날아오는 듯하구나(似鳥海東來..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국회에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전날까지 송부해 달라고 했으나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반대로 보고서가 기한 내 채택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10일 출국하기 전 장관 인사 문제를 매듭지어 국정 공백을 해소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결사의 각오로 저항할 것”이라고 반발하며 정국은 급랭하고 있다. 두 신임 장관이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상황은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조동호·최정호 등 두 후보자 임명을 그만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야당도 소모적인 정쟁에서 벗어나 신임 장관들의 국정수행을 지켜보..
2005년 1월 당시 이기준 교육부총리가 도덕성 의혹으로 낙마했다.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추천위 멤버들이 전원 사의를 밝혔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정찬용 인사수석, 박정규 민정수석을 경질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에 대해 청와대의 도리를 다하기 위한 문책일 뿐이지 실제 잘못은 대통령이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너그럽게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노 대통령은 잘못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있다고 했다. 그는 신속하게 비판여론을 수용했다. 현재 실시 중인 국회에서의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는 당시 노 대통령이 검증 강화 차원에서 제안한 제도였다. 노 대통령의 인사 파문 뒤처리는 깔끔했다는 평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두 달 뒤인 3월에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부인의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져 ..
올해도 어김없이 봄과 함께 4·3 그날이 왔다. 하지만 제주에는 아직 봄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당시 국가폭력에 희생된 이들은 71년이 지난 지금도 영면할 수 없다. 정치권이 이들의 ‘해원(解寃)’을 외면하면서 4·3특별법 개정작업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4·3 70주년 희생자 추념식에서 “유족들과 생존 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정부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4·3특별법 개정작업은 지난 1년을 허송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개정안 발의 16개월 만인 지난 1일에야 법안심사소위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군사재판 무효화가 법적 안전성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 1조8000억원으로 예상되는 배·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