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대 유물을 왜 기어코 부활시키려는 겁니까?” “정말 그 이유를 모르세요?”황교안 국무총리는 답답해했다. 2015년 10월7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 그날 아침 보수신문 두 곳에 ‘정부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최종 결정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다수 여론이 반대하는 국정화를 유보하고 ‘검정 강화’로 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마침 중견 언론인들의 총리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다. 국정화 강행으로 선회한 배경에 질문이 집중됐다. 경향신문은 특히 국정화를 강력히 비판해온 터다. 그래서 비슷한 질문을 거듭했던 것 같다. 즉답을 피하던 총리가 결국 한마디 했다. 몰라서 묻느냐는 표정이었다. ‘박근혜 대통령 뜻이 확고한데 누가 무슨 수로 막겠어요?’가 생략됐음을 알았다. 내각을 통할하는 정권의..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6일 옛 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무사의 사찰은 2014년 6·4 지방선거 정국이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 정권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이런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무사의 사전 계획과 청와대의 승인에 따라 지역 기무부대가 실종자 가족과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사찰 첩보를 수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등에 대해 불법감청을 한 사실도 새로이 확인됐다. 밝혀진 것이 이 정도이니 얼마나 더 많은 불법을 저질렀을지 알 수 없다. 이번 수사는 기무사가 얼마나 철저히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박근혜 정권에 봉사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무사가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는 세월호 실종자 수색 및 세월호 ..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13년8개월 만에 피해자들의 승소로 마무리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이춘식씨 등 4명이 신일철주금(구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배소송 재상고심에서 “신일철주금은 이씨 등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일제강점기 형성된 법률관계 중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효력이 없음을 선언한 판결로, 역사적 의미가 크다. 먼 이국땅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피해자와 후손들의 원통함을 풀 수 있는 길이 열린 것도 다행이다. 그러나 사법농단으로 확정 판결이 5년이나 미뤄진 것은 유감스럽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法諺)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