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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특별수사단이 6일 옛 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무사의 사찰은 2014년 6·4 지방선거 정국이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 정권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이런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무사의 사전 계획과 청와대의 승인에 따라 지역 기무부대가 실종자 가족과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사찰 첩보를 수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등에 대해 불법감청을 한 사실도 새로이 확인됐다. 밝혀진 것이 이 정도이니 얼마나 더 많은 불법을 저질렀을지 알 수 없다.

전익수 국방부 특별수사단장이 6일 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수사는 기무사가 얼마나 철저히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박근혜 정권에 봉사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무사가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는 세월호 실종자 수색 및 세월호 인양 포기를 정국 전환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초 목적이 엇나갔으니 이후 활동의 불법성은 불문가지다. 기무사는 유가족은 물론 안산 단원고 학생까지 전방위로 사찰했다. 사이버 사찰도 서슴지 않았다. 적발되면 ‘실종자 가족으로 신분을 위장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기무사가 수사기관이 해야 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에까지 나섰다는 점이다. 유 전 회장을 찾기 위해 은신처 근처에서 무차별적으로 무전을 감청했다. 간첩 잡는 장비를 엉뚱한 곳에 쓴 것이다. 청와대는 이런 기무사를 향해 “최고의 부대”라고 칭찬했다. 이런 행태를 감안하면 기무사의 계엄령 발동 검토 문건은 단순한 서류상의 검토가 아닐 개연성이 높다.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정권을 유지하겠다고 나선 기무사가 시민을 총칼로 제압하겠다는 발상을 못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 (출처:경향신문DB)

아직도 기무사 해체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수사결과를 보고도 기무사의 행위를 두둔한다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일이다. 과거 윤석양 이병 양심선언으로 보안사령부를 기무사로 이름을 바꿨지만 불법활동은 근절하지 못했다. 정권이 기무사 정보를 활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내지 못한 탓이다. 문재인 정부는 기무사를 해체한 취지를 견지해나가야 한다. 남은 것은 계엄령 검토 문건에 대한 수사다. 미국에 체류 중인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은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조 전 사령관을 하루속히 국내로 데려와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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