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색이 기자라면서 대책 없이 혼동해 사용하는 단어가 꽤 많다. 최근에도 뒤늦게 의미의 차이를 깨친 단어들이 있다. ‘불사르다’와 ‘불태우다’이다. 열정을 불사르고, 이 한 몸 불태워 어쩌고저쩌고하는 식의 표현들을 뒤죽박죽 사용했으나 사실은 잘못된 것이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불사르다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불에 태워 없앤다’와 ‘무언가를 남김없이 없애 버린다.’ 전자는 서류 더미나 책을 불사르다, 후자는 번뇌나 잡념을 불사른다는 것이 적절한 예문이다. 불태우다 역시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무언가 불이 붙어 타게 하거나, 비유적으로 어떤 감정이 끓어 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열정을 불태우고 의지를 불태운다는 표현이 맞다. 이라는 책을 보니 불사르면 없어지는 것, 불태우면 더 커지는 것이라고 명쾌하..
‘미국판 이명박’이라는 별명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현지시간 20일 취임하자 한국 누리꾼들은 ‘미국 사람들, 비슷한 지도자를 우리는 이미 겪어보았소’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트럼프가 취임사에서 “민중에게 권력을 돌려주겠다”며 배트맨 시리즈 (2012)의 악당 베인의 연설을 ‘복붙’하고, 빈자리가 숭숭했던 취임식에 ‘150만명’이 참석했다고 숫자까지 제멋대로 부풀리자 미국인들은 황당해했다. 미 중앙정보부(CIA) 본부 공석에서 기자를 콕 찍어서 인신공격하는 트럼프의 비민주적 행태는 한국 언론이 이미 지난 8년간 지나온 길고 어두운 터널의 ‘초입’을 연상시켰다. 트럼프의 취임식 케이크가 4년 전 버락 오바마의 두 번째 취임 때 사용됐던 케이크 디자인을 그대로 베꼈다며 요리사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하기 전날인 어제 그의 친동생 기상씨와 조카 주현씨가 미국 연방법원에서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됐다. 반 전 총장의 동생과 조카는 베트남에 있는 경남기업 소유의 초고층빌딩 ‘랜드마크 72’의 매각을 위해 중동 관료들에게 50만달러의 뇌물을 주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 사법당국은 이들의 범죄를 매우 무겁게 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의 대변인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반 전 총장도 보도를 보고 알았다. 전혀 아는 바가 없을 것이고, 굉장히 놀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의 동생·조카 문제는 이미 알려진 사건으로, 반 전 총장의 연루설이 계속 제기돼왔다. 2013년 자금 압박에 몰린 경남기업이 회사고문인 반기상씨와 미국에서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는 그 아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