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계의 갖가지 추문을 단박에 잠재운 강력한 사건이 터졌다.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이다. 이 사건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 등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 그간 박근혜 정권 아래 이루어진 모든 일과 맞물려있다. ‘문화융성’이란 모토 아래 추진된 여러 행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지 문화예술 관련 기관장 선임이 최순실의 영향력 아래 이루어졌다. 그 무리들에 의해 온갖 비리가 저질러졌고 블랙리스트도 작성되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화예술계의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는 등의 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당시 정무장관이었던 조윤선 현 문체부 장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의심을 사고 있다.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사람들을 배제하기 위해 작성한 리스트란다. 2014년부터 2015..
일본 여행을 떠나기로 했던 지난 11월4일 싸뒀던 여행 가방을 풀고 노숙 가방을 싸서 광화문광장으로 나와 텐트 노숙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에 의해 블랙리스트로 찍힌 문화예술인 7500명이 시국선언을 하던 날이었다. 첫날 텐트 20여 동을 모두 경찰에게 빼앗기고 광장에서 맨몸으로 자야 했던 때가 어제인 듯한데 벌써 20일째다. 처음엔 문화예술인들과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사람들 몇이 시작했던 작은 텐트촌이 이젠 60여 동의 다양한 개인 단체들의 텐트와 마을창고, 마을회관 등이 들어선 작은 마을이 되었다. 각각의 텐트에는 입구마다 주인의 성격을 보여주는 개성 있는 현판들이 달렸다. 이제 작은 마을 하나를 이루었지만 전국의 수많은 거리와 광장과 함께 연계해 2011년 9월 세계 경제의 중심인 뉴욕 월가를..
나흘 만에 돌아온 집과 농장은 참 고요했다. 가을색은 더 깊어져 있어서 곱게 늙어가는 귀인처럼 애잔해 보였다. 서울에서 가장 크게 기억에 남는 것은 12일 밤 11시쯤 광화문광장 주무대에서 진행된 ‘시민자유발언’ 시간이었다. 전혀 가공되지 않은 생목소리들에 나는 압도당했다.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던 것으로 보이는 여성 연극인이 무대에 섰다. 주어진 3분 동안에 쏟아낼 말들은 너무 많았고 쌓인 울분은 산을 이루었다. 작품과 공연이 거부되었던 그 예술인의 피를 토하는 울부짖음은 얼굴 전체를 큰 눈물덩어리로 보이게 했다. 예술인들의 자유혼을 짓누르고 고통을 기획한 당사자들을 지목했다. 조윤선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직접 거명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노동자가 올랐다. 민주노총 조합원으로 보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