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 국정농단의 몸통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정치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없다. 법적으로만 간신히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본인만 이 현실을 거부하고 있다. 대통령이 불법과 비리를 지속적으로 저질러온 정황이 명백히 드러났으니, 그동안 온갖 의혹과 반대에도 대통령이 앞장서 밀어붙였던 정책들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문제의 정책들은 이전과 변함없이, 아니 더욱 신속히 진행되는 것 같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예정대로 28일에 공개하겠다고 한다. 국정화 추진은 학생과 교사, 대부분의 역사학자를 비롯한 수많은 국민의 분노와 저항을 불러일으켰던 사안이다. 그리고 국정화의 선봉에는 대통령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일본군 위안부 밀실·굴욕 협상은 외교부 장관이 반대했지만 대통령이 ..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3년8개월 재임 동안 비선 세력의 국정농단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장막에 덮인 의혹이 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때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이다. 박 대통령은 당일 오전 10시30분 전화로 구조 지시를 했고, 오후 5시15분에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사이 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를 놓고 굿, 성형수술 등 억측이 제기돼왔다. 여당 새누리당은 ‘대통령 사생활 보호’를 주장하며 정보 공개를 막았고, 청와대는 “청와대에서 업무를 봤다”고만 해왔다. 최근 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청와대는 당일 오전 10시36분부터 오후 5시11분까지 “15차례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성형수술 의혹에는 담당 의사의 골프장행을 알리바이처럼 대고 있다. 그러..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 20만명이 지난 주말 촛불을 들고 서울 광화문 거리를 가득 메운 채 박 대통령의 퇴진을 외쳤다. 촛불은 전국은 물론 해외에서까지 타올랐다. 촛불 시민 사이에는 교복 차림의 중·고교 학생들도 있었다.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기는커녕 불평등을 조장한 대통령에게 절망한 미래 세대까지 거리로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70대 노인들도 길 위에 섰다. 한 노인은 “박 대통령에게 줬던 한 표를 되돌려받으러 왔다”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그야말로 지역과 나이, 이념을 넘어 시민들이 한목소리로 박 대통령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외치는 이유는 하나다. 민주공화국의 복원이다.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은 국가 시스템의 일부일 뿐..
박근혜 대통령이 이틀 연속 ‘깜짝 인사’를 단행했다. 그제는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정책실장이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국무총리로 지명하더니, 어제는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자신의 비서실장에 앉히겠다고 발표했다. 인사권을 휘둘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덮고 분노한 민심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번 인사는 절차와 과정도 문제지만, 예상외 카드로 자신이 처한 위기를 모면해보려는 그 저의가 노골적이다. 박 대통령의 독단과 독선은 이제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제 김병준 교수 지명을 놓고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분노가 거세졌다. 시민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으면서도 여야, 국회와의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인사권을 휘두르는, 여전한 오기와 독선 때문이다. 야당과 인..
박근혜 정권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구속영장이 어제 청구됐다. 대통령 최측근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이제 박 대통령의 운명은 이 두 사람의 세 치 혀끝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르·K스포츠 재단 관계자들은 배후가 청와대라고 검찰에서 밝혔다. 당초 청와대 개입을 부인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도 검찰에서 안 전 수석의 지시로 재벌에 기금을 강요했다고 실토했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출석에 앞서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등은 대통령 지시를 받고 한 일’이라고 측근에게 전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박근혜·최순실호’에 몸을 실었던 사람들에 의해 사건의 실체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박근혜 게이트’다. 박 대통령은 시민으로부터 위임..
인류가 신발을 신기 시작한 것은 대략 2만5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신발은 인류가 수천년에 걸쳐 이주하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뜨거운 사막의 모래, 집중호우, 얼음과 눈으로 덮인 고원지대를 견뎌내기 위한 생존도구였다. 또한 신발은 몸을 장식하거나 계급을 나타내는 수단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양반집 여성들은 주로 가죽과 비단으로 만든 당혜와 운혜, 남성들은 관복을 입을 때 목화나 흑피혜를 신었다. 평민은 평상시엔 짚신, 비오는 날엔 나막신, 추운 겨울엔 설피를 신었다. 한국 현대사에는 주인을 잃고 남겨진 신발에 얽힌 일화들이 적지 않다. 1979년 가발수출업체 YH무역은 경영난에 빠지자 노동자를 해고한 뒤 폐업공고를 냈다. 그러자 여성노동자 200여명은 그해 8월 9일 신민당사에 들어가 폐업철회를 요구하며 ..
지금 대한민국에선 대통령이 범죄의 몸통이고, ‘비선 실세’가 국정을 농단한 사상 초유의 ‘박근혜 게이트’로 국민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습니다.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최순실이 검찰에 출석하면서 “국민 여러분,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뻔뻔함에 오물을 뒤집어쓴 듯한 모멸감을 느꼈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박근혜는 물러나라, 최순실은 하야하라!”는 시위 구호가 ‘신정통치’의 장막을 걷어내라는 ‘정언명령’처럼 들리는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런 ‘최순실의 나라’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317일간 사경을 헤매다 숨을 거둔 백남기 농민은 영정 속에서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두말할 나위 없는 ‘물대포 살인’을 저지른 경찰은 백남기 농민 ..
“경찰에 방패를 돌려주세요!” 지난 29일 오후 8시40분. 비선 실세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 2만여명이 모인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 일부 시민이 대치하고 있던 경찰관의 방패를 빼앗았다. 근처에 있던 20~30대 시민들은 “방패를 돌려줍시다”라고 외치며 방패를 머리 위로 파도타기 하듯 넘기면서 경찰에 돌려줬다. 10분 뒤 “당신들 프락치 아니냐. 평화롭게 해서 청와대 어떻게 가느냐”고 외치며 시민들의 행진을 막아선 의경을 끌어내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번에도 많은 시민들이 “때리지 맙시다” “폭력으로 충돌 일어나지 않게 서로 어깨동무 합시다”라고 말하며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의 물리적 충돌을 막아냈다. 시민들이 하나둘씩 해산하기 시작한 밤 10시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