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서 세금이 중요한 까닭은 존립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국방이 뼈라면 세금은 피와 같다. 피가 부족하면 국가를 지탱할 수 없다. 이 중요한 피는 어디서 수혈해야 하나. 민주국가가 형성되기 이전에는 민초들만이 이를 담당했다. 이들의 부담이 너무 커서 혁명이 일어났다. 1215년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 1776년 미국 독립운동,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등이 모두 세금 때문에 발생했다. 이러한 시민혁명의 결과 세금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걷자고 약속했다. 이것이 근대 법치주의의 역사다. 현대국가의 세금은 법치주의 정신에 터를 잡아 납세자의 소득, 소비, 재산에 기초하여 ‘효율(效率)’과 ‘공평(公平)’이라는 잣대 아래 그들의 담세력(擔稅力·ability to pay)에 따라..
세금은 용기입니다. 세금을 더 내겠다는 것도, 세금을 더 내달라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문재인 정부 증세안이 논란 끝에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상을 ‘핀셋’처럼 특정한 증세안입니다. ‘슈퍼리치 증세’라고 합니다. 우리 사회는 예상대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포괄적 증세’ 요구와 ‘세금폭탄’ 논쟁까지 스펙트럼은 넓고 다양합니다. 분명한 것은 어느 쪽이든 ‘불만족’하고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증세가 논쟁 중심에 선 지금의 현상이 반갑습니다. 증세 이야기만 나오면 경기(警氣)부터 일으키던 우리 사회, 특히 정치권 모습이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집권 여당부터 질색합니다. 2014년 새누리당이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임대소득 과세 방침에 “책상머리 정책”이라며 난타하던 풍경이 단적입니다. 박근혜 청와대 ..
올해 1월 한 언론사가 지금은 출마를 포기한 사람들까지 포함해 유력 대선주자 10인을 상대로 세금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모두가 증세에 동의하였다. 증세의 주된 이유로 대부분 복지를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복지나 다른 공약을 위한 것이나 어쨌든 얼마의 돈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지 지금까지도 그 구체적인 생각들이 읽히지 않는다. 작년 법인세 인상 문제가 한창 쟁점이 되었을 때 필자 주변의 한 법률가는 법인세가 2017년 한 해 가장 뜨거운 대선공약이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필자는 법인세를 비롯해 세금이 그렇게까지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았다. 세금을 거두기 위해선 필시 누군가의 지갑을 열어야 할 터. 따라서 표를 의식하는 대부분의 대선주자들에게 세금, 특히 증세 ..
‘비아그라’는 지난 한 주간 트위터상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가 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키워드가 6주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트위터코리아가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와 함께 21일부터 27일까지 트위터상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들 중 주목할 만한 단어를 분석해 29일 발표했다.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비아그라’였다. 청와대가 세금으로 비아그라와 미용 주사제 등을 대량 구입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수행원 고산병 때문에 비아그라를 구입했다”고 해명했지만, 청와대가 고산병 치료제를 별도로 구입한 사실도 드러나면서 논란이 지속됐다. 전국에서 190만명이 모인 26일 ‘촛불집회’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트위터에서는 광화문광장에 ..
증세 정치가 시작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포문을 연 격이다. 국정 운영자로선 당장 복지 확대에 따른 재정 부족이라는 급한 불을 꺼야 한다. 꼼꼼하게 나라살림 방안을 마련했다는 대선 공약도, 취임 이후 역대 정부 최초로 국민들에게 제시했다던 공약가계부도 이미 파산한 상황이다. 증세 없이 나라를 운영하겠다고 큰소리쳤는데 스스로 증세 논쟁을 불러와 대통령 마음이 편치 않겠으나 사필귀정이다. 복지 확대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물결임을 아는 지도자라면 이제는 증세 정치를 소임으로 받아 안아야 한다. 보편복지 진영에도 증세는 절실한 주제이다. 보편복지는 세입 확대를 단짝으로 이어가야 하건만 지난 몇 년간 복지는 성장했으나 세금은 제자리다. 세입 총량이 그대로인 채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에 예산이 쏠려가면서 기초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