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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서 세금이 중요한 까닭은 존립 기반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국방이 뼈라면 세금은 피와 같다. 피가 부족하면 국가를 지탱할 수 없다. 이 중요한 피는 어디서 수혈해야 하나.

민주국가가 형성되기 이전에는 민초들만이 이를 담당했다. 이들의 부담이 너무 커서 혁명이 일어났다. 1215년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 1776년 미국 독립운동, 1789년 프랑스 대혁명 등이 모두 세금 때문에 발생했다. 이러한 시민혁명의 결과 세금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걷자고 약속했다. 이것이 근대 법치주의의 역사다.

현대국가의 세금은 법치주의 정신에 터를 잡아 납세자의 소득, 소비, 재산에 기초하여 ‘효율(效率)’과 ‘공평(公平)’이라는 잣대 아래 그들의 담세력(擔稅力·ability to pay)에 따라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다.

효율의 다른 말은 세금 인상이 미치는 경제적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보면 정부의 7·6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 중 1주택자에 대해 가급적 세금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노력은 돋보인다.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는 1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중한 종합부동산세 부담 시도는 자칫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이나 거주이전의 자유를 하위법인 세법이 부당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공평이란 담세력이 같은 사람은 같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의미이면서 또한 재산이 많은 자는 적은 자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하여 3주택자에 대해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의 권고안보다 더 강화한 점은 평가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법의 존재 목적 중 하나가 부동산 투기 방지다. 그런데 이번 개편 방안은 부동산 투기 근절이라는 측면에서 미흡한 측면이 있다. 투기세력을 응징하기 위해서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하고 이들이 부동산시장에서 철수할 때 부담하는 양도소득세 인하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장래 투기자들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화된 종합부동산세라는 높은 진입장벽을 둘러야 한다.

한편,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와 기획재정부의 업무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같은 일을 두 곳에서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국민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 전자는 국가가 제공할 복지수준의 정도, 국가의 재정건전성 유지 방안, 소득불균형 해소 방안 등 거대 담론을 제시하는 등 방향성을 제시하고 공론화위원회 등을 통해서 확정하면 될 일이다. 그 뒤 세율 인상 등 세법과 관련된 사항은 기획재정부가 책임지고 하며 이를 국회에 제출해서 국민적 동의를 얻으면 된다. 앞으로 두 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서 효율적이고 원활한 정책운영이 되었으면 한다.

<안창남 | 강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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