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직접 소통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합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및 제안에 등장하는 문구다. 작년 8월19일 개설한 이래 지금까지 12만여건의 청원이 올라왔다고 한다. 매일 수백건이다. 30일간 20만명의 동의가 모아지면 청와대가 답한다는데, ‘응답하라 청와대’를 외치는 청원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개인 민원성 청원 등 별의별 게 다 있지만 입법사항에 속하는 청원이 주를 이룬다. 청와대가 개입할 수 없는 청원도 있고, 현행법상 수용 불가능한 것도 있다. 청와대는 청소년보호법 폐지, 낙태죄 폐지, 주취감형 폐지, 조두순 출소 반대, 가상통화 규제 반대 등에 대해 이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재용 항소심 판결에 분노한 국민들은 즉각 ‘정형식 판사 판결 특별감사’ 청원..
우리나라는 행정권이 입법, 사법에 비해 월등히 큰 전형적 개발도상국형 현대행정국가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안전행정부 장관은 ‘세월호특별법’과 관련지어 국회선진화법을 비난하면서 “내각제였다면 국회를 해산해야 할 상황”이라며 국회 자진해산을 촉구했다. 이런 발언을 보면 관료제가 국민의 대의기관인 입법부를 얼마나 무시하며 국민을 얕잡아 보는지 알 수 있다. 관료는 원래 정책 결정의 주된 참여자가 아니었으나 행정 활동이 전문화·복잡화하면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는 사회 발전에 따라 입법활동이 기술적으로 복잡해져 행정수반의 역할이 증대되었고, 법률 규정의 모호성과 비정밀성이 공무원들에게 재량적 결정권을 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권한이 너무 비대해진 관료제는 민주주의의 중대한 ..
참 야멸차고 무책임한 대통령이다. 세월호 참사 발생 5개월이 된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유족들의 간절한 호소를 전면 거부했다. 진상조사위 수사권·기소권 부여에 대해서는 “대통령으로서 할 수도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잘랐다. 삼권분립과 사법체계를 이유로 댔으나 독단적 주장일 뿐이다. 특별법이란 말 그대로 특수한 사안을 특별히 취급하려 만드는 법이다. 입법권자인 국회가 법률로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할 수 있다. 세월호특별법에 대한 통치 차원의 결단을 호소했더니, 외려 박 대통령은 ‘절대 불가’의 지침을 설정해 국회 협의를 차단한 꼴이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여야의 ‘2차 합의안’이 “마지막 결단”이라고 못박았다.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으니, 새누리당의 체질상 꼼짝달싹 못할..
“(이 법률이) 특히 죽은 사람의 가족들 입장에서는 적절하게 이름 붙여지는(labelled) 것이 중요하다.” 영국에서 ‘기업살인법’ 논의 과정에서 법 이름이 너무 과격하지 않으냐는 제기에 대해 영국 행정자치부 차관이 일갈한 얘기이다. 그저 ‘사고’가 아니라 ‘범죄’이자 ‘살인’이라고 정확히 이름을 불러야만 대형 사고들을 예방할 수 있다는 거다. 2007년에 이 법이 제정된 후, 거짓말처럼 영국의 산재 사망률이 줄어들고 있다. 이 법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까닭은, 개인이 아니라 기업에도 형사책임을 지운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이사진만 수십명에 달해 사고가 발생하면 도대체 누구에게 안전 책임을 지울 것인지가 분명치 않아 처벌을 피해가는 일이 많았다. 잘못과 책임은 분명한데, 누구에게도 죄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