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국방백서에서 대체복무제를 둘러싼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용어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라는 용어를 고수하겠다고 밝혔다. 군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했거나 이행 중이거나 이행할 사람들이 비양심적인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를 고려했다고 한다. 국방부의 해명이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 ‘오해의 가능성’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주목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해의 여지를 두지 않기 위해 이 용어를 예민하고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까지 하니 말이다. 그러나 ‘오해의 가능성’이란 미묘한 문제이기도 하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이 문제의 미묘함을 어린 시절에 처음으로 실감했던 듯하다. 대체로 시골집들이 그랬듯이 우리 집에도 욕실이 없었..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라고 요구하고, 대법원은 이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정부, 국회, 언론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대체복무제 법안 내용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핵심 쟁점은 대체복무의 기간, 분야, 근무형태, 심사기구 등이지만 대체복무제 도입을 바라보는 시각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산 넘어 산이다. 정부는 대체복무제 시행 방안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하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첫 법안에 대체복무자와 군필자·현역병과의 형평성, 국가 안보까지 한 번에 담아내는 등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의보다는 불리함을 참지 못한다’는 정서가 앞선다면 대체복무제는 ‘또 다른 형벌’이 될 ..
안녕하십니까, 이진성 신임 헌법재판소장님. 저는 1년 전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평화주의적인 신념을 지키기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20대 청년입니다. 올해 4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다음달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1심 선고 직후 저는 변호인들과 함께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는 제 사건을 수년째 계류 중인 여러 사건과 함께 심리 중입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여러 무죄 판결이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지만, 사실 저는 1심 선고와 함께 구속될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2심 재판도 당초에는 올해 안에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나, 저와 변호인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판 결정을 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