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791년 프랑스. “여성은 자유롭게, 그리고 권리에서 남성과 평등하게 태어나며 그렇게 존속한다.” 올랭프 드 구즈는 ‘여성과 시민의 권리선언’을 발표한다. 프랑스 대혁명이 내건 자유와 인권은 남성들의 몫이었고,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게 태어났다’지만 인간은 남성만을 의미했다. 그는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을 여성의 관점으로 비판하고 보충한다. “여성이 단두대에 올라갈 권리를 가지고 있다면, 연단에 올라갈 권리도 가져야 한다”는 그 유명한 10항은 시민으로서 여성의 동등한 권리와 참여를 요구한 것이었다. 1793년, 자신의 말이 예언이라도 된 듯, ‘성별에 적합한 덕성을 잃어버린 사람’으로 비난받고 단두대에 오른다. #2. 1792년 영국. “여성이 처한 비굴한 의존 상태를 위장하기 위해 남성이..
매해 7월 첫 일주일은 양성평등주간이다. 양성평등은 태어난 성별과 상관없이 여성과 남성 모두 동등한 기회, 책임,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터와 가정에서 이중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워킹맘들에게 양성평등은 여전히 먼 구호일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성평등 사회가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삶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남성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양성평등의 목표가 주로 남성을 기준으로 여성을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여성적 가치와 영역에 남성의 참여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변화 속에서 사회의 차별적 요소가 빠르게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로 사적 영역에 머물러 있었던 여성들이 공적 영역으로 진출하게 되었고, 남성의 영역으로만..
아닐 미(未), 죽을 사(死). 아직 죽지 않았다는 뜻을 담아 은퇴 후 고령층을 국가에서 ‘미사자(未死者)’라고 지칭하기 시작했다. 대중매체는 ‘미사자 과잉 사회, 잉여 인구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식의 여론몰이를 일삼고 있다. 그런 분위기를 부추기기라도 하는 듯 행정자치부에서는 ‘대한민국 미사자 지도’를 지자체별로 순위를 붙여서 공개한다. 인터넷에서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늙은이들 잡으러 가자’, ‘우리 도시를 고려장 특화 도시로’ 같은 ‘농담’이 횡행한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은 가정법이다. 하지만 아마도 독자인 당신에게는 강한 불쾌함과 거부감이 느껴졌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국가 경제’를 앞세워 멀쩡히 살아 있고 앞으로도 쾌적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는 고령의 시민들을 ‘아직 안 죽..
현 대통령을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일컫는 것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는 여성들이 많다. 여성을 위한 정책을 제안한 적도 없고, 여성으로서의 의식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여성’을 단지 생물학적 범주로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적지 않음을 생각하면,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범주에 속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을 너무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한때는 ‘단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공직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된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여자가 무슨 정치!’라고 공공연히 훈계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물론 현 대통령이 선출된 데에 여성이라는 요소는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여성이기 때문에’라는 생물학적 금기조차 무색하게 만드는 ‘아버지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