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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7월 첫 일주일은 양성평등주간이다. 양성평등은 태어난 성별과 상관없이 여성과 남성 모두 동등한 기회, 책임, 권한을 가질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터와 가정에서 이중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워킹맘들에게 양성평등은 여전히 먼 구호일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성평등 사회가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삶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남성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양성평등의 목표가 주로 남성을 기준으로 여성을 비슷한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여성적 가치와 영역에 남성의 참여가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변화 속에서 사회의 차별적 요소가 빠르게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로 사적 영역에 머물러 있었던 여성들이 공적 영역으로 진출하게 되었고, 남성의 영역으로만 여겨져 왔던 군인, 경찰, 의료, 과학 분야를 비롯하여 정치 분야에서도 여성들의 점유율이 증가했다. 여성의 변화만큼 남성도 변화했는지 평가해 볼 때 그 움직임은 매우 더디다.

보육, 돌봄, 간병, 간호 등 타인을 돌보는 일에 종사하는 남성은 여전히 적다. 맞벌이 부부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의 차이(남편 41분, 아내 193분) 또한 지난 10여년간 거의 변화가 없다.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의 비율은 전체 중 8%에 불과하다. 단지 참여와 시간의 문제일까? 오히려 무급의 가사노동과 돌봄노동에 대한 남성과 사회의 고정관념이 강하게 작동하는 것이 문제다. 아직까지도 인기를 끌고 있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열풍은 남성 참여에 대한 사회의 변화와 기대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지난달 (BBC 인터뷰 방송사고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부산대학교 로버트 켈리 교수 가족의 특별출연 방송분은 사회적 열망과 현실 사이에 큰 차이가 존재함을 알려준다. 이날 켈리 교수와 부인은 영어로 대화했고 방송은 두 사람의 대화를 반말과 존댓말로 자막처리해 논란이 있었다.

드라마와 예능, 광고 등에서 가사노동과 양육은 여성의 책임이며 남녀 역할에 대한 구분과 위계적, 차별적 시선은 여전하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서도 이런 시선이 재현되고 있다. 아이들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한 애니메이션의 경우, 여성 등장인물은 2명에 불과하고 쇼핑이나 인형놀이, 집에 머무는 등 소극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기 일쑤다.

가사와 돌봄 노동, 성역할에 대한 남성의 태도가 유연하게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은 또 다른 여성들의 일방적인 헌신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사회의 모순과 느린 변화에 희망을 걸지 않고 세계 최고의 출산 파업을 하는 것인지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제도화된 교육 안에 남녀 모두에게 억압과 불편함을 주는 ‘젠더박스(gender box)’를 깨는 양성평등 교육을 강하게 장착시킬 필요가 있다. 교육 기회가 증가한 것이 곧 교육 내용의 공정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웨덴 유치원의 경우 남성 교사가 50%에 가깝다. 독일의 경우 2011년부터 ‘소년의날’을 제정하고(‘소녀의날’은 오래전부터 실시) ‘소년의 새로운 진로’ 프로젝트를 통해 남아들이 가지고 있는 지배적 남성성과 성별 전형적인 직업 이미지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저의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한국 사회는 양성평등에 대한 심각한 성찰과 변화가 이루어질 때 지속가능하게 될 것이다.

민무숙 |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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