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는 상당 부분 북·미 간 문제다. 북·미 간 타협과 갈등으로 점철된 북핵 문제의 긴 역사가 잘 말해준다. 그런데도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목줄을 쥐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이 쉽게 끝낼 수 있다며 중국에 떠넘겼다. 그런데 그건 미국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미국은 선제타격으로 북한을 무릎 꿇릴 수도 있고, 대북 경제 지원으로 북한 태도를 얼마든지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모두 그게 전략적 이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오바마가 북핵 문제를 북·중 간의 문제로 바꿔치기하려 갖은 노력을 했음에도 실패한 이유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문제를 직면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과 트럼프의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김정은은 손을 뻗어 트럼프의 옷깃을 ..
청와대가 대통령의 독서목록을 공개한 것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였다. 책 읽는 대통령을 부각시키려는 뜻도 있었겠지만 실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은 폭넓은 독서편력으로 유명했다. 3만여권의 장서를 보유했던 그는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다면 감옥에라도 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다.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긋고, 모퉁이에 글을 적었다는 김 전 대통령은 평생을 두고 읽어야 할 책으로 갤브레이스의 , 피터 드러커의 , 박경리의 , 변형윤의 등을 꼽았다. 다독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공직사회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책을 활용해 보수언론에게 “‘독서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저자를 발탁해 중용하기도 했다. 를 쓴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 을 펴낸 이주흠 전 리더십비서관이 대표적인..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가 확정되던 날, 인터넷에는 ‘6자회담 가상도’라는 그림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북핵 문제 해결의 가장 합리적 해법이 되어야 할 6자회담의 참석자들을 사진과 함께 올린 것인데, 다 아는 내용이지만 막상 모아놓고 보면 한숨이 나온다. 트럼프, 시진핑, 푸틴, 아베, 김정은, 그리고 박근혜. 시진핑 정도가 예외랄까, 도무지 제정신으로 보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심지어 이 맥락에서는 아베가 몹시 멀쩡해 보인다는 평도 있었으니 말이다. 이들이 모여서 회담을 한다면 북핵 문제의 합리적 해법은 고사하고 당장 3차대전이라도 시작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지경이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이건 6자회담 참가국만의 일이 아니다. 히틀러의 고향인 오스트리..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8월 자신의 트위터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오바마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서 이 글에 대해 “적어도 나는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트럼프에게 일침을 가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비꼰 동시에, 자신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말이다.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박 대통령 역시 대한민국 대통령 중 한 명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트럼프가 박 대통령에게 저 말을 한다면 박 대통령은 오바마처럼 응수할 수 있을까. 그러기 어려울 것 같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미래의 역사교과서에..
임을출 | 경남대 극동문제연 연구교수 북한의 3차 핵실험이 끝난 지금의 상황은 그야말로 ‘멘붕’이다.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등 주변국들 내부에서는 대북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에 이어 한층 증강된 핵능력을 과시하면서 핵보유국의 자리에 성큼 다가섰다. 더구나 북한은 미국이 제재 강화 등 적대시정책을 지속할 경우 제2, 제3의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한 마당이다. 이 때문에 이제껏 해왔던 안이한 임기응변식 조치로는 상황관리조차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었다. 매우 신속하게, 그러면서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북한은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가 그간 ‘전략적 인내’ 운운하며 기존 대북 적대시정책을 유지해온 것에 대해 이제는 ‘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