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박근혜-트럼프 조합의 이중 위기에 처할 뻔했다. 미국 우선주의, 예측불가의 도널드 트럼프는 20일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그런데 한국 외교를 벼랑으로 몬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직전이다. 덕분에 박근혜 리스크와 트럼프 리스크가 동시에 발호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까. 한국 외교의 재앙적 상황이 해소된 건 아니다. 박근혜 리스크는 유령처럼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방침을 확인하면서 “중국이 반대해도 상관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불에 기름을 끼얹자는 것인가. ‘사드 보복’ 행태는 불만스럽지만 공연히 중국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 당장 “한국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반응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트럼프의 ‘경제교사’로 알려진 ..
정부는 어제 유일호 부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야당과 시민이 반대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안을 의결했다. 협정안은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오늘 한·일 양국의 서명으로 체결·발효된다. 중대 안보 사안을 지난달 27일 국방부의 협상 재개 발표 이후 한 달도 안되는 기간에 군사작전하듯 처리했다. 이런 협정안 의결은 사실상 무효다. 무엇보다 범죄 피의자로 국정 책임자로서의 정당성을 상실한 식물대통령과 문민통제를 거부하는 군부의 결정에 대한 권위를 인정할 수 없다. 대통령도 총리도 아닌 부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의 효력 자체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단 한번의 공청회도 열지 않고 협정을 강행한 정부의 결정을 신뢰해야 할 이유도 없다. 대통령이 이 협정을 단지 외국에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삼은 ..
어제 국무회의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검찰의 ‘피의자 대통령’ 수사 발표 이후 여론을 의식해 불참했다고 한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대신해 페루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다. 그러다보니 교체 통보를 받은 유 부총리가 부총리직을 계속 수행하는 것도 모자라 국무회의까지 주재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은 국가 최대 현안이라 할 수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선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고 한다. 보다 못한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민과 대통령 중 누구 편에 설지 결단하고, 황 총리를 포함해 국무위원들은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금 내각 꼴이 이렇다. 총리부터 ..
국회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청문회 당일인 지난 9일과 다음날인 10일 연속으로 채택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사청문위원 중 반대 의견을 밝힌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인사청문회 전날인 8일 새정치연합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호락호락 넘어갈 수 없다. 국민의 시각에서 이미 후보자들은 부적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 말을 믿었던 사람들은 인사청문회 결과가 실망스러웠을 것 같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변인은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해수부 장관 청문보고서 채택은 공석 2개월이 너무 길다는 일부 우리당(내) 의견이 있어서”라고 해명했다. 당 대변인이 ‘국민 입장에선 부적격’이라고 한 게 불과 이틀 전인데 그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