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나는 두려움을 느꼈다. 지난 21일 저녁 예멘에서 신문기자로 일했던 난민 하니와 이야기를 나눌 때였다. 그는 고문 후유증으로 허리를 다쳐 똑바로 앉아 있기도 힘들었다. 인터뷰가 이어지는 동안 어둠을 푸르스름하게 밝히던 제주 초여름의 해도 저버렸다. 바깥에 있던 다른 난민들이 하나 둘씩 방으로 들어와 대화에 동참했다. 통역을 담당한 예멘인까지 포함하면 모두 6명의 ‘젊은 아랍 남성’들이 방 안에 함께 있었다. 여성은 내가 유일했다. 순간 나는 위축됐던 것 같다.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낯선 이방인 남성들이 다수가 되자 실제 이들이 내게 위협적인지 여부와 관계 없이 마음은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이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예멘에 두고 온 가족, 전쟁이 벌어지기 전의 온전했던 삶에 대한 그리움, 예..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 난민이 500명을 넘어섰다. 제주출입국·외국인청 집계결과 올 들어 5월 말까지 제주에서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이 942명이며, 이 중 515명이 예멘인이다. 제주에 예멘 난민 신청자가 급증한 것은 지난해 12월 제주와 말레이시아 간 직항노선이 생긴 영향이 크다. 2015년 시작된 내전을 피해 예멘을 떠난 사람들이 말레이시아로 탈출했다가 제주까지 온 것이다. 도착한 예멘인들은 법무부 산하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난민신청을 한 뒤 싼 숙소에서 새우잠을 자며 난민 판정을 기다린다. 도중에 돈이 바닥나 길거리에 나앉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제주가 대량 난민을 수용할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아랍인 공동체가 있는 서울이나 안산 등지로 옮겨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법무부가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