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함이라곤 없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청문회 말이다. 특히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 앉혔던 1차 청문회는 가관이었다. 신념이나 명예를 지키는 일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자들. 증인으로 출석한 자들은 ‘불법’보다는 기꺼이 ‘무능’을 선택한 것처럼 보였다. 비록 사회적 선(善)이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믿음이나 철학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에게는 고상함이라는 것이 있는 법이다. 드라마 의 ‘정기준(윤제문 분)’을 떠올려보라. 그에게는 ‘악당의 기품’이 있었다. 하지만 증인석에 앉은 자들 중에 그 정도의 품위를 지키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그저 “나는 모르오, 나는 무능하오, 나는 꼭두각시였소”를 읊조렸을 뿐이다. 나는 이 처절한 무능의 스펙터클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인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 두 명이 최순실씨 측근과 질문·응답을 공모한 정황이 드러났다. 대통령 연설문 등이 들어 있던 태블릿PC가 최씨 것이 아니라는 심증을 주기 위한 것으로 청문회에서 실제 각본대로 이뤄졌다. 게이트 내부 고발자인 고영태씨는 지난 13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새누리당의 한 의원과 사전에 입을 맞추고 4차 청문회에서 위증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의 의원이 ‘최순실씨와 일하며 태블릿PC를 본 적이 있느냐’고 물으면 박 전 과장이 ‘최순실이 아니라 고영태가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 한번은 고영태가 태블릿PC 충전기를 구해 오라고도 했다’고 답하는 스토리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15일 열린 청..
최순실 조카 장시호의 청문회 출석 소식을 다룬 기사도 어김없이 그 단어로 도배됐다. 의존명사 ‘년’이다. ‘닭년’ ‘무당년’ ‘미친년’…. 병신년(丙申年)을 앞둔 지난해 말부터 박근혜 관련 기사 댓글 서너 개 중 하나꼴로 ‘병신(病身)년’이란 욕이 들어갔다. “때론 언어가 의식과 행동을 규정한다”며 병신년 같은 말을 쓰지 않겠다는 지난해 12월31일 민주노총 성명의 울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박근혜·최순실 두 사람의 범죄 혐의가 짙어질수록 욕설의 빈도는 높아지고, 강도는 세졌다. ‘년’은 11월5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2차 범국민행동’ 때 광장으로도 나왔다. 주최 측 무대 위아래에서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저잣거리 아녀자” “강남 아줌마” 같은 말이 터져나왔다. ‘병신년’도 빠지지 않았다..
며칠 전 지인이 갑자기 물었다.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때문에 각 당의 유력 대선후보들이 내년 대선에 어떤 공약을 새로 내놓을 것 같은가라는 질문이었다. 사실 이에 대한 답변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지금까지 비슷한 사건들이 벌어졌을 때 정치인들이 내놓은 대안들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내년이 되면 청와대 제2부속실 폐지나 청와대 이전, 대통령의 사적관계에 대한 철저한 정리 등이 정당과 정치인들의 새로운 약속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무엇을 없애거나 더 도덕적이겠다는 선언을 한다고 문제의 본질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이후 해경을 해체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경은 실제로는 해체되지 않았고 오히려 관료조직은 더 커졌으며 한편에서는 최근 중..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가 어제부터 8일까지 예정되었으나 열리지 못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대치, 접점을 찾지 못한 탓이다. 특히 7·30 재·보선 승리 후 새누리당의 입장이 더욱 강경해져 이대로는 청문회가 이 달에 열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세월호 국정조사특위가 구성된 지 두 달을 넘겼지만 여야가 함께 국정조사를 한 것은 기관보고를 받은 8일에 불과하다. 세월호 진상과 책임 규명, 재발방지책 마련을 위해 필수적인 세월호특별법 협상은 아예 중단된 상태다. 최대 쟁점인 진상조사위의 수사권 부여와 방식을 놓고 줄다리기를 해오던 여야가 재·보선 후엔 손을 놓고 있는 꼴이다. 선거 참패로 제 몸 가누기에도 벅찬 새정치민주연합은 협상을 이끌 동력을 ..
18일 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그렇게 얼굴보기 어렵던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증인으로 참석했지요. 김진숙씨는 참고인으로 채택됐지만 이날도 크레인 위를 지켰습니다. 이날 청문회는 오전 10시부터 12시간을 훌쩍 넘겨 자정 직전까지 진행됐습니다. 청문회 막판 발각된 "지루할 정도로 어눌하게 호소하듯"하라는 한진중공업의 대응 메뉴얼은 이 청문회를 왜 해야 하는지 무색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조남호 회장이 뭐라고 말했는지, 국회의원 중 누가 제대로 따지고 중재하려고 했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날 청문회에서 오간 얘기를 날것 그대로 전해드립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 그간 한진중공업은 경영상 해고 문제를 두고 극심한 갈등을 겪어왔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