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페미니스트’가 이틀간 검색어 1위에 오른 적이 있었다. 당시 터키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진 김 아무개군(18세)이 “이 시대는 남성이 성차별을 받는 시대다. 나는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ISIS(이슬람국가의 전신)를 좋아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기자 누리꾼들이 페미니스트가 무슨 뜻인지 찾아본 것 같다. 한국은 남성이 성차별을 받고 이슬람사회는 그렇지 않은가? 무엇보다 이것이 그가 진정 한국을 떠난 이유일까. 나는 그의 ‘탈출’이 성차별에 대한 고민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20대 남성의 사망률 1위는 자살이다. 청년실업과 연동된 ‘5포 현상(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집 마련 포기)’이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표출된 것은 아닐까. 사실 그가 말하..
사회 초년생 시절의 일이다. 어느 겨울, 실내 공기가 너무 건조하다는 윗분 말씀에 가습기가 덜컥 생겼다. 윗분들의 책상과 공용 테이블에 귀여운 곰돌이와 개구리 모양의 가습기들이 자리를 잡았다. 개구리와 곰돌이의 두 귀에서 일제히 촉촉한 물기가 뿜어져나오기 시작하자 확실히 사무실 공기가 촉촉해졌다.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출근해서 공용 테이블 위 가습기들에 물을 채운 후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하고 있는데 선배 한 명이 나를 불렀다. 부장님이랑 차장님들 책상 위에 있는 가습기는 왜 그대로 뒀느냐는 거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아침마다 저 가습기들에 물을 채워놓고, 물이 떨어지면 그때그때 갈아줘야 한다고 했다. “각자 책상에 있는 건 알아서 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했다가 “그걸 어떻게 부장님들한테 하시라고 하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