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 레이스를 보면서 퇴락해가는 유랑극단의 쇼가 생각났다. 낡은 레퍼토리, 출연진의 꼰대 같은 태도, 유행보다 10년은 뒤진 듯한 스타일…. 골수팬을 제외하면 찾는 사람도 거의 없고, 공연 때마다 극장에는 적막이 흐른다. 지루함을 못 이긴 일부 관객들은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바닥으로 떨군다. 본전 생각이 나는 듯 억지로 고개를 들지만, 오래 버티진 못한다. 등돌린 팬들을 되찾고, 젊은 관객층을 끌어오겠다며 야심차게 준비했던 쇼는 이렇게 흥행실패로 막을 내리게 되는 것인가. 오랜 궁리 끝에 이런 생각이 떠오른 것은 아니다. 한국당 안상수 의원에게 아이디어를 빚졌다. 안 의원은 23일 당권주자 중 첫 출마선언을 한다면서 국회에서 격파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허이짜!” 기합과 함께 그의 주먹은..
6·13 지방선거는 승리보다 패배가 선명하게 기록된 선거로 남을 것이다. 80%에 근접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4·27 남북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 등을 감안하면 더불어민주당의 낙승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졌느냐’의 문제는 짚어야 한다. 정치의 영역이든, 스포츠의 세계든 ‘잘 진다’ ‘멋있게 진다’는 말이 있다. 지더라도 명분을 지킨다면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나 대안보수를 자처한 바른미래당은 그러지 못했다. ‘한국당과 손잡느니 정계은퇴하겠다’던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가 궤변에 가까운 논리로 한국당 김문수 전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했던 것이나,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막말로 자기 당에서도 외면받은 일은 야권 패배를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