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발표 내용을 훑어보다가 깜짝 놀랐다. 뭘 잘못 본 게 아닌가 싶었다. 세상에, 고향 촌구석에 고속전철역이라니! 9년 뒤면 설, 추석에 편히 갈 수 있다며 설레야 하나. 한편으론 씁쓸하다. 이게 필요한 짓인가 싶어서다. 자, 대한민국 지도를 펴보자. 당신이 대통령, 장관이라면 어디에다 뭘 만들어주겠는가. 일차적 기준점은 비용·편익이다.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그중에서도 강남권에 뭐든 깔아야 손해를 안 본다. 지방도 대도시 중심으로 엇비슷하다. 왜냐. 가장 욕을 덜 먹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는 사람이 가장 많다. 비용·편익이 높게 나온다. 이렇게 개발해온 게 그동안의 관성이다. 이런 현실에서 영남 골짜기를 관통하는 고속철이라니, 대단한 정치적 결단이다. 균..
‘예타’(예비타당성조사)입니다. 국가부도 사태를 겪으면서 재정관리의 절실함을 인식한 1999년에 태어났어요. 무분별한 토건사업의 남발을 막고 공공투자사업의 효율성을 담보하려 김대중 정부가 도입한 제도죠. 예타 도입 전에, 정권의 이해와 지역이기가 맞물려 추진된 국책사업이 얼마나 끔찍한 국가적 손실을 초래하는지는 당시 지방공항의 실패가 여실히 보여줬어요. ‘유학성공항’(예천공항), ‘노태우공항’(청주공항), ‘김영삼공항’(양양공항), ‘김중권공항’(울진공항) 등으로 불린 지방공항들은 세금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했어요. 1300억원이 투입된 울진공항은 취항할 항공사가 없어 개항도 못하고 비행훈련센터로 바뀌었어요. AFP가 2007년에 ‘10대 황당 뉴스’로 꼽았으니 말 다했죠. 예타는 비용편익만으로 타당성..
꼭 10년이 되었다. 70% 넘는 국민 반대와 극심한 사회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이 땅의 젖줄인 4대강에 손을 댄 지. 이틀 전인 7월4일, 감사원은 4대강 감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번 감사의 골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4대강 사업의 최종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2011년 1월 발표한 이명박 정부 시기 1차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 시절인 2013년 1월 발표한 2차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이 총체적으로 부실하다고 하였다. 2013년 7월 발표한 3차 감사에서는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조성을 염두에 둔 것이며, 이명박 정부가 참여업체 간 담합을 방조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가 매번 결이 다른 결론을 내자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서는 ‘정치 감사..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의 정책결정 과정에 대해 감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4대강의 죽음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한 다수 국민에겐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당시 70% 이상의 국민이 반대했고 해마다 4대강이 녹조로 몸살을 앓고 있기에, 4대강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는 국민 절대다수가 원하는 ‘국민의 명령’이다. 그럼에도 감사원이 절차상 이유를 들며 곧바로 감사에 착수할 수 없다고 하자 24일 한국환경회의는 4대강 사업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하였다. 한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9.5%가 4대강 사업은 물론이고 자원외교, 방산비리 등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국책사업에 대해 재조사에 찬성했다. 4대강 사업 재조..
2006년 가을 이명박 서울시장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정책을 하나 발표했다. 한반도 대운하 구상이다. 남한에 2099㎞, 북한에 1035㎞의 물길을 이어 한반도 전역에 3134㎞에 이르는 대운하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553㎞의 경부운하를 시발로 한반도를 운하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반도 대운하는 17대 대통령선거에서도 단연 핫이슈였다. 광고만 보면 대운하는 세상을 바꿀 획기적 사업처럼 보인다. 당시 한반도 대운하 동영상 광고를 보자. “한반도 동서남북에 3000㎞ 운하를 건설해 분열된 국론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하천정비로 환경이 좋아지며… 홍수대비는 물론 가뭄해소에 도움을 줄 것이다… 건설비용 15조원은 민자유치를 통해 국민의 부담이 거의 없도록 하고… 골재판매로 공사..
‘2조원짜리 인공습지’ ‘570억원짜리 녹조관리 방안’ 등을 추진해온 한국수자원공사가 ‘차세대 물관리를 위한 11대 당면과제’를 전면 폐기하기로 했다. 경향신문 보도가 나간 뒤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자 수공은 “아이디어 차원이며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다”고 손을 저었다. 감독기관인 국토교통부는 “수공 자체에서 검토한 내용으로 정부와 협의한 바 없다”며 발을 뺐다. 정말 수공의 단독 플레이였을까. 문건에 담긴 사업은 정부 협의 없이 혼자 저지른 일이라기에는 규모가 너무 컸다. 2조원 인공습지는 물론 6000억원을 들여 댐과 댐을 잇는 물길 터널을 구축하는 안도 담겼다. 핵심은 4대강 수질관리 사업을 환경부에서 가져오겠다는 속내다. 수공은 “수질관리는 환경부 주관이며, 국토부·수공은 제한된 구간에서 한정된 수질..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운하 건설을 공약했다가 국민의 반대에 부딪히자 한발 물러서 22조원의 국고를 들여 4대강 보 공사를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는 영산강에 2개, 금강에 3개, 한강에 3개, 낙동강에 8개 등 모두 16개의 보 공사를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는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보 설치로 주변 농지면적이 축소되고 농토가 침수피해를 입었으며 심각한 녹조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또한 보 유지관리를 위해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 보 건설이 필요했다면 필요한 지점에 시범적으로 몇 군데 설치해 보고, 그 경험을 기초로 해서 다른 보 공사를 연차적으로 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4대강에 16개의 보 공사를 한꺼번에 강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어떻게 해서 보 공사가 부실공사가 됐는지 해명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