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선 | 건국대 사회과학부 경제학 교수 ㆍ3부 - 미국모델, 그 파국적 종말 (3)지구적 식량공급 체계 광우병, 멜라민 파동… 끝없는 식탁 위협 그 어떤 위기가 닥치더라도 튼실한 알곡으로 채워진 곳간만 있다면 두려움이 덜 할 텐데, 지구적 금융위기가 휩쓸면서 먹거리의 안정적인 확보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국제곡물가격의 폭등으로 세계 많은 지역에서 당장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배급소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모습이 신문지상에 등장했고, 봄에는 미국산 광우병 의심 쇠고기 수입문제로 촛불문화제가 이어졌다. 그리고 가을에는 중국발 멜라민 파동으로 한국 사회가 시끄러웠다. 식량위기와 광우병 의심 쇠고기, 멜라민 파동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현재의 농업문제와 먹거리..
장관순기자 quansoon@kyanghyang.com ㆍ합병·기술제휴 등 다양한 공세 캐나다에 본부를 두고 카길·몬산토 등 초국적자본의 세계 농업 잠식 감시활동을 하는 국제 환경·인권단체 ETC그룹(www.etcgroup.org)이 지난해 11월 ‘누가 자연을 소유하는가’(Who Owns Nature?)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인류의 농경문화가 초국적자본에 의해 어떻게 위협받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의 상품 종자 82%는 특허로 묶여 있으며, 이 중 67%를 10대 종자회사가 점유하고 있다. 반면 세계 농부의 75%가 각지 토산물을 생산하고 그 종자를 저장하며, 14억 농민이 이렇게 저장된 종자로 경작한다. 100대 식료품 도매업체가 전 세계 식료도매업 시장의 35%를 장악하..
아쓰기(일본 가나가와현)/조홍민특파원 dury129@kyunghyang.com 신자유주의의 광풍이 몰고온 폐해, 글로벌 자본주의의 그늘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실업자 양산과 격차확대는 일본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990년대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제를 완화했고, 그 결과 2003년 비정규직 노동자가 전체 고용노동자의 30%를 넘어서게 됐다. 일본노동자총연합(렌고)의 추산에 따르면 전체 5000여만명의 고용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은 1700만~1800만에 이른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은 격차확대와 함께 연봉 2000만엔 이하의 노동자인 이른바 '워킹 푸어(Working Poor)'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지난해 가을 이후..
송윤경기자 kyung@kyunghyang.com #1. “퇴근시간 이후의 업무지시는 계약사항에 없습니다! 그럼 전 이만.” 오후 6시를 갓 넘긴 시각, 이 한마디를 남기고 회사 문을 나서는 파견사원이 있다. 야근 및 회식 사절, 시급 3000엔 이하의 계약도 사절. 상사 눈치를 봐야 하는 다른 비정규직과는 차원이 다르다. #2. 1920년대 캄차카 반도 부근의 차가운 바다. 게를 잡아 통조림으로 가공하는 ‘게공선’에서 한 남성이 시신으로 발견된다. 감독이 게으르다는 이유로 며칠 동안 화장실에 가둬놓은 노동자였다. 게공선 노동자들은 폭풍우 속에서 “하반신이 없다”고 느낄 만큼 오래도록 서서 일해야 했다. 분노가 극에 달한 이들은 파업을 감행하지만, 일본제국의 해군에 의해 간단히 진압된다. “우리에겐 우리말..
조돈문 |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 3부. 미국모델, 그 파국적 종말- 2. 노동 유연화 브라질 중남미 국가들은 1980년대 급증하는 외채와 만성적 인플레이션으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타개책으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도입, 경제위기를 벗어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10년을 버티지 못하고 분노하는 시민들의 저항에 직면하게 되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1989년 2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봉기가 수도 카라카스에서 시작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300명 이상의 생명을 앗아갔다. 멕시코에서는 북미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는 1994년 1월 시작된 사파티스타 농민군의 무장투쟁이 국민적 지지를 받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중남미 국가들에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10년은 시민들의 저항 앞에 무너지며..
도쿄 | 조홍민특파원 dury129@kyunghyang.com ㆍ3부 - 미국모델, 그 파국적 종말 (2) 노동 유연화 Ⅱ- 일본 “일본의 고용환경 악화는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근본 원인입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결과입니다.” 일본의 비정규직 노동조합인 ‘파견유니온’의 세키네 슈이치로(關根秀一郞) 서기장은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90년대 중반 이후 고삐풀린 규제완화가 비정규직 양산의 주범”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단기적 이익만을 최고선으로 추구하는 경영자들의 자세”를 지적하며 “정규사원 위주의 고용·노동정책은 변혁과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파견유니온은 일용 노동 금지, 파견사원의 권익 옹호 등을 내걸고 2005년 비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결성된 소규모 노조로,..
이가라시 진 | 호세이대 오하라사회문제연구소 교수 ㆍ산업 요구따라 임시·파견직 확대…연수입 200만엔 이하만 1000만명 보통 워킹푸어(working poor)란 일을 하는데도 생활이 불가능한 노동자를 뜻한다. 일단 연수입 200만엔 이하의 고용자를 기준으로 삼는데, 2006년에는 이런 사람들이 1000만명 이상이었다. 적은 소득인 채,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알 수 없는 처지인 파견노동자가 늘어난 까닭이다. 파견이란 것은 필요한 때, 필요한 업무의 노동자를 일시적, 임시적으로 고용하는 것이다. 이런 노동 방식은, 그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노동자에 한하는 예외적인 것이어야만 한다. 띄엄띄엄 이어지는 고용을 통해 생활이 이뤄질 수는 없다. 기한 규정이 없는 고용 쪽이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송윤경기자 kyung@kyunghyang.com ㆍ3부 - 미국모델, 그 파국적 종말 (2) 노동 유연화 - 미국 ㆍ마이클 예이츠 ‘먼슬리 리뷰’ 편집인 인터뷰 마이클 예이츠 전 피츠버그대 존스타운 캠퍼스 경제학 교수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적 학술지인 ‘먼슬리 리뷰’의 공동편집자인 마이클 예이츠 전 피츠버그대 존스타운 캠퍼스 경제학 교수는 대학을 은퇴한 뒤 요즘 미국 각지를 돌아다니고 있다. 평생 노동문제와 씨름해온 그였지만, 이변 여행에서도 노동은 여전히 주요 주제였다. 이를테면 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 앞에서도 공원 노동자의 진한 고통을 느끼고, 캘리포니아 드넓은 들판에서 착취당하는 이민노동자를 생각한다. 그와의 e메일 인터뷰를 통해 미국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다른 나라들에) 미국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