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핀란드) | 홍진수기자 soo43@kyunghyang.com ㆍ심상정 前진보신당대표-에리키 아호 前핀란드국가교육청장 대담 에리키 아호 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과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지난 6월1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만나 교육에 대해 대담을 하고 있다. 아호는 20년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으로 재직하면서 ‘교육개혁’을 이끌었다. 에리키 아호 전 핀란드 국가교육청장(72)은 ‘핀란드 교육개혁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린다. 아호는 1972년부터 91년까지 20년간 국가교육청장으로 재직하면서 핀란드 교육에 ‘경쟁’ 대신 ‘평등과 협동’을 도입한 핀란드 교육개혁의 상징이다. 아호의 교육개혁은 한때 많은 반대에 부딪혔지만 21세기 들어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핀란드는 2000년부터 실시된 경제협..
살로(핀란드) | 글·사진 홍진수기자 soo43@kyunghyang.com ㆍ핀란드 고3 요한나 - 한국의 고3 이지영 “정말 이상하게 들리는데요.” 핀란드 살로고등학교 3학년 요한나 투오미넨(18)의 눈이 커졌다. 기자가 “한국의 네 또래 고등학생들은 방과후에 학원과 독서실에서 새벽까지 공부를 한다”고 전했을 때 요한나의 첫 반응이 그랬다. 요한나는 되물었다. “왜 그래야만 하나요.” 요한나는 핀란드의 고등학교 3학년이다.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100㎞ 정도 떨어진 소도시 살로에서 살고 있다. ‘언어치료사’가 되기 위해 대학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종합대학인 투르크대학과 폴리테크닉(기능대학)에 입학지원서를 넣었다. 지난 5월29일 집으로 요한나를 찾아갔다. 투르크대학 공대 교수인 아버지 알루이스 ..
야르벤파·에스포(핀란드) | 홍진수기자 soo43@kyunghyang.com ㆍ4부-다른 사회를 상상한다 ㆍ핀란드 야르벤파 고교 - 옴니아 직업학교 가보니 ㆍ무학년 고교 “좋아하는 역사과목만 먼저 골라 들었어요” ㆍ직업 학교 “건축 배우는 학생은 아예 집을 지어 팔죠” 지난 5월27일은 핀란드 야르벤파 고등학교의 기말시험기간이었다. 1주일 동안 전교생이 1년 동안 자신이 이수한 과목에 대해서 시험을 치르고 있었다. 아무리 경쟁을 중시하지 않는다지만, 어쨌든 시험은 시험이다. 기자는 조심조심 학교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학교에 들어섰을 때 가장 눈에 띈 광경은 수십대의 오토바이였다. 각양각색의 스쿠터들이 나무 밑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학생들은 자전거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를 타고 자유롭게 학교 안으로 들어..
홍진수기자 ㆍ핀란드의 자유로운 학제 핀란드의 학교제도는 종합학교, 고등학교·직업학교, 폴리테크닉(기능대학)·대학교로 이루어져 있다. 종합학교(의무교육)는 기본 9년제다.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합쳐진 형태다. 일부 지역에는 6년제 초등학교와 6년제(중학교+고등학교) 중학교가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종합학교의 학년 스케줄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연간수업일수는 190일이다. 이를 2~5학기로 쪼갠다. 기초학교에 입학하는 시기는 7세가 된 8월이다. 사유가 있으면 6세나 8세에도 가능하다. 6세에 입학하는 대부분의 경우는 지역에 보육원이 없어, 초등학교에 부속된 ‘취학전 클래스’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2007년 통계에 따르면 핀란드 6세 아동의 99%는 ‘취학전 교육’을 받는다. 핀..
코펜하겐(덴마크)|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 ㆍ4부 - 다른 사회를 상상한다 ㆍ“시급·보너스·휴일… 시간제라고 다른 건 없어요” 정규직 같은 비정규직의 나라 네덜란드 # 1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사는 프란시스카 쿤스트(50대·여)는 30년 경력의 간제 산후조리사다. 그는 말했다. “비정규직이라고 써 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니잖아요. 우리는 일한 만큼 돈을 받을 뿐이고, 복지도 정규직과 똑같아요. 비정규직이라는 사실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살아요.” 비정규직 없는 나라 덴마크 # 2 덴마크 코펜하겐의 매스 아스무슨(21)은 8주째 보험회사에서 우편물을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다. 3개월 기간제로 계약을 했다. 유급휴가자의 빈 자리에 실업자를 대체 채용하는 ‘직장순환제’의 일환으로 이곳에 들어왔다..
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 ㆍ‘안전한 파트타임’ 법적 보장 실업률 14%에서 4%대로 ‘네덜란드 병’이란 말이 유행했다. 1980년대 초반이었다. 당시 네덜란드의 실업자수는 80만명에 이르렀다. 경제활동 인구의 14%에 해당하는 엄청난 숫자였다. 사회복지 의존율이 자연히 높아졌다. 일하는 사람은 줄고, 복지 비용은 과도했다. 복지사회 위기론이 비등했다. 그러나 불과 10년 후 네덜란드는 또다시 주목을 받게 된다. 이번엔 ‘병’이 아니라 ‘기적’이란 별칭을 얻었다. 83년 14%에 달했던 실업률이 97년 6%가량으로 낮아졌다. 유럽연합 회원국 가운데 그즈음 10년간 실업률을 떨어뜨린 국가는 네덜란드뿐이었다. 이후 네덜란드의 노동과 경제시장은 호황기로 접어들었다. 그 기조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이로사기자 ㆍ경제활동 ‘성과’·성별분업엔 ‘비판’ 네덜란드 시간제 노동자의 74%는 여성이다. 이것은 전략적 선택의 결과다. 출산 후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웠던 많은 여성들은 전일제 노동 대신 파트타임을 택했다. 파트타임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에 획기적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1970년대 초만 해도 네덜란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대에 불과했다. 네덜란드는 전통적으로 탁아시설, 가족친화 등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가 발달하지 않았다. 여성들이 결혼 후, 특히 출산 후에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란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80년대 노동력 공급이 부족해졌고, 이와함께 여성고용률이 급증했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의 취업에 대한 사회적 관념자체가 바뀌었다. 82년 18~37세 여성들 중 57%는 6세 미만의 자..
코펜하겐(덴마크) | 글·사진 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 ㆍ4부 - 다른 사회를 상상한다 : 덴마크 노조총연맹 와이스 고문 인터뷰 ㆍ100년 전통 ‘조합주의’ 확립…노사합의로 노동시장 규율 “여기가 신생 부촌이에요. 경치도 좋고 땅값도 비싸죠. 노조가 이런데 있으면 한국 같으면 ‘귀족 노조’라고 손가락질하기 십상이겠죠?” 지난 5월27일, 덴마크 코펜하겐의 덴마크노동조합총연맹(LO)을 찾아가는 길, 동행한 가이드가 말했다. 노조는 운하를 면한 코펜하겐의 신생 부촌 이스랜드 브리게에 위치하고 있었다. 현대 미술관을 연상케 하는 으리으리한 건물이었다. 건물 안에선 창 밖으로 운하길이 내려다보였다. 운하를 접한 고가의 ‘워터 프론트’ 아파트들이 즐비했다. “덴마크에서 노조는 생활입니다. 육체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