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 | 이로사기자 ㆍ덴마크의 직업교육훈련제도 ㆍ실업·재직자 손쉽게 역량강화…평생교육으로 고용안정 도모 독일의 칼 베텔스만 재단은 1988년 이래 매년 ‘칼 베텔스만상’을 시상한다. 교육·대학·고용·보건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 해 가장 창조적인 활동을 한 단체나 제도에 대해 상을 수여한다. 99년 주제는 ‘미래의 직업교육’. 수상은 덴마크의 직업교육훈련제도에 돌아갔다. “덴마크는 평생교육체제입니다. 나이에 상관없이 어떤 단계든 교육 받을 수 있죠. 실직하면 새로운 기술을 교육받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재직자들도 직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을 언제든 받을 수 있고요.” 코펜하겐 기술교육대학(TEC)의 교육실습 모습. 덴마크에는 115개의 기술대학과 경영대학이 청소년·성인에 대한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
코펜하겐(덴마크) | 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 ㆍ4부-다른 사회를 상상한다 : “고용 기적은 노동자 삶 보장될 때 가능” ㆍ(2) 실업? 불안하지 않아요 덴마크 황금 삼각형 모델 지난 5월25일 만난 덴마크 고용부 노동청의 선임 국제고문 라이프 한슨은 말했다. “여기선 직업을 잃는다는 게 당장 길거리에 나앉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국가에서 실업수당이 제공되죠. 그 전의 삶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요. 수당을 받으면서 직업을 찾으면 됩니다. 취업 알선, 교육 프로그램이 모두 갖춰져 있으니까요.” 최근 세계 노동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유연성’의 증대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는 불안하다. 사회보장 제도에 대한 지출도 줄어든다. 노동시장에서도, 사회보장 구조 안에서도 보호받지 못..
코펜하겐(덴마크) | 글·사진 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 ㆍ4부 - 다른 사회를 상상한다 (2) 실업? 불안하지 않아요 ㆍ덴마크 실레의 경우 실레 리네가 호이루프가 덴마크 코펜하겐 반료세 지역에 위치한 자신의 집 정원에서 11개월 난 셋째아이를 안고 있다. “아니, 그럼 가족 중 돈을 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에요?” 실레 리네가 호이루프(34·여)는 겸연쩍은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5월29일 덴마크 코펜하겐 반료세 지역 실레의 집을 찾았다. 실레는 11개월난 막내 아이를 유모차에 눕혀 재우고 있었다. 유모차는 집밖 정원의 잔디 위에 있었다. 그는 아이에게 덮어준 이불을 정성스레 매만졌다. “덴마크에선 신선한 공기를 쐬면서 자야 한다고 아이를 밖에서 재우는 전통이 있어요...
링스테드(덴마크) | 글·사진 이로사기자 ro@kyunghyang.com ㆍ4부 - 다른 사회를 상상한다 (1) 일의 즐거움, 노동의 존엄성 ㆍ덴마크 도축공, “땀 흘린 만큼 벌고 가족과의 삶 즐겨요” 5월29일 덴마크 링스테드시. ‘데니시 크라운’ 도축장 출구가 갑자기 부산해졌다. 오후 2시55분이었다. “무슨 일이 났나요?” 기자가 물었다. 도축공 초븐 렝스(43)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퇴근시간이잖아요.” 도축장 안쪽 인부들은 손질된 돼지고기를 정리하며 바닥을 청소하고 있었다. “자. 집에들 가자고! 휴일을 즐겨야지!” 퇴근 준비를 마친 초븐이 동료들에게 소리쳤다. 월요일은 ‘예수승천일’로 공휴일이다. 긴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 퇴근시간이다. 초븐을 따라 공장 밖으로 나왔다. 100여명의 도축 ..
김호기 | 연세대 교수·사회학 ㆍ3부 - 미국모델, 그 파국적 종말 : (7) 인간성의 파괴 신자유주의 시대라 함은 시장의 시대 또는 경쟁의 시대를 뜻한다. 시장의 시대에는 경쟁력 제고가 모든 사회적 제도와 개인적 삶의 최고 목표가 된다.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을 물론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경쟁력의 제고는 사회에 제공되는 상품 및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쟁은 결론을 미리 갖고 있지 않다. 경쟁 게임의 마지막에 가서야 승자가 나타나듯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지난 20세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체제 대립에서 자본주의가 우위를 보인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자본주의에 내재된 경쟁 메커니즘의 덕분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경쟁의 그늘이다. 사회는 시장만으로 ..
장관순기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이기수·박경은기자 ㆍ3부 - 6. 미국모델, 그 파국적 종말 : 미국의 빈곤과 양극화 ㆍ상위 10%가 부의 70% 독점 ㆍ죽을때까지 일해도 궁핍한 생활 ㆍ중산층 몰락은 민주주의 위기 실직한 뒤 낡은 모텔에 사는 폴라이트 가족 폴라이트(44) 가족은 지난해 말부터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의 한 1950년대식 허름한 모텔에 살고 있다. 부인(31)과 아들(6)·딸(12)은 가장인 폴라이트가 실직한 뒤 살던 집을 잃고 이렇게 반(半)노숙 중이다. 가구는 금이 가고 칠이 벗겨져 있다. 가재도구는 쓰레기 봉지에 담아 방구석에 둔다. 식사 때 쓰는 포크는 ‘맥도날드’에서 얻어온 플라스틱이다. 폴라이트는 지난해 가을 창고 관리직에서 해고됐고, 부인도 비슷한 시기 병원 일자리를..
장관순기자·유희진기자 quansoon@kyunghyang.com ㆍ“악몽으로 변한 아메리칸 드림” ㆍ‘빈곤대국 아메리카’ 저자 쓰쓰미 미카 인터뷰 일본인 저널리스트 쓰쓰미 미카(堤未果)는 의료보험 부재로 고통받는 노동자, 몰락하는 중산층, 거리로 내몰리는 저소득층 등 미국의 빈곤 문제에 천착해온 저술가이다.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생생하게 현실을 전한다는 점에서 저널리스트로 불리기도 한다. 유엔, 앰네스티 등 국제기구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뉴욕과 도쿄를 오가며 활발히 집필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세계 경제위기는 시장원리가 만능이 아님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 당신의 책 가 한국에도 번역돼 출간되었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9·11 동시테러가 ..
장관순기자 한국에도 신자유주의 이념이 지배한 이래 통계수치상의 소득불평등이 두드러진다. 통계청 자료상 대략 1998년을 기준으로 소득분배 관련 지표가 현저히 나빠지고 있다. 이때는 외환위기 직후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신탁 통치 아래 신자유주의 체제를 강화해 나간 시점이다. 소득5분위 배율, 지니계수 등 통계청의 분배 관련 지표를 보면 한국의 분배가 지속적으로 불평등해졌음이 드러난다. 소득5분위 배율은 소득상위 20%의 소득을 소득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숫자가 클수록 분배불평등을, 1에 가까울수록 평등을 뜻한다. 이 지표는 90~97년 약 4배 정도에 머무르다 98년 4.94배로 급등한 뒤 지난해 6.2배에 이르는 등 증가세다. 지니계수(2인 이상 도시가구, 시장소득 기준)는 92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