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의 김윤숙 기자로부터 집필 안내 메일을 받을 때마다 즐겁다. 일상에서 느끼는 이런저런 소회를 적은 글과 함께, 직접 찍은 사진까지 담아 보내는데 그게 마치 한 편의 짧은 포토 에세이를 보는 듯한 여운을 줄 때가 많다. 특히 이번 집필 안내 메일이 그러한데, 열 살 된 여 조카가 만들어 준 핸드 메이드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모니터를 두드리는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보낸 준 글(‘그다지 예쁘지도 않은 제 손이 아름다워 보일뿐더러 이 조그만 책상이 지구처럼 느껴집니다’)이 내게 일종의 영감을 줬다. 함께 공방에 다니며 가구 만들기를 배웠던 내 조카 생각이 났다. 언젠가 이 지면에도 썼지만 책을 선물했더니 대학 못 가 삼수하고 있는 처지에 “청춘이 왜 아파요? 청춘은 즐거운 거예요” 했다던 녀석이다..
지난해 이맘때가 생각난다. TV조선에서 2013년 최신 ‘등골 브레이커’는 여학생들의 ‘파우치 속 고가의 명품 화장품’이라며 수입 화장품을 쓰면 ‘엘프(리니지 게임에 등장한 늘씬한 미모의 종족)’고 고가의 국산 화장품을 쓰면 그냥 ‘인간’, 저가의 국산 화장품을 쓰면 ‘괴물’이라며 무슨 자료 사진까지 넣은 도표를 만들어 보여주는 화면을 보고는 부들부들 떨었던 기억이 난다. 조선 특유의 그 느글거리는 속물성에 참을 수 없는 구토감을 느끼며. 을 쓴 영국 작가 윌리엄 새커리는 이미 그 옛날에 영국인이 높은 지위와 귀족계급에 매달리는 원인이 궁극적으로 언론에 있다고 주장했다. 언론이 매일 작위가 있는 사람과 유명한 사람이 존엄한 존재인 듯 보도하는데, 이는 결국 작위가 없는 사람들을 시시하다고 역설하는 것과 ..
을 쓴 커트 보네거트의 심정이 절절히 와 닿는 나날이다. 이라크와의 전쟁으로 전 국민을 벼랑 끝으로 몰았던 부시 행정부에 대해서 그는 이렇게 썼다. 그들이 ‘백만장자를 억만장자로 만들고 억만장자들을 조만장자로 만드는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마당에 ‘언론과 통신, 교육까지 모두 그들 손에 들어가’ 있어서 ‘우리는 나치에게 점령당한 폴란드 국민보다 나을 게 없는 신세가 되었다’. 바로 우리 얘기다. 가장 답답한 건 사람들이 매일매일 접하는 뉴스 매체인 TV와 신문이 우리를 철저하게 기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권력에 도취된 미치광이 정치 집단이 철도와 의료를 대기업화하려고 온갖 꼼수를 다 부리고 있는데도 ‘조·중·동·매·종편’에서는 ‘장성택 3년상’ 치를 기세로 ‘남’의 집 얘기만 ‘열불나게’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