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락 대안연구공동체 대표 대통령 선거판에서는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평생교육만큼 중요한 것도 드물다. 지식의 주기가 극한으로 짧아진 시대, 교육은 젊은 시기 일정한 기간에 삶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평생의 삶 모두가 교육의 과정이다. 수유너머, 철학아카데미, 다중지성의정원, 길담서원, 연구모임 아래, 푸른역사 아카데미…. 마포를 중심으로 산재한 대안 학문 공동체들의 공통 화두도 평생공부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평생교육과 대안 인문학 공동체의 평생공부에는 미묘하지만 차이가 존재한다. 평생교육이 실용성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공부라면 공동체에서의 공부는 즐거움이자 수행으로서의 공부, 공부 자체가 목적인 공부다. 여기 늦깎이 공부에 빠진 한 70대가 있다. 경복궁 인근에 길담서원이란 이름의 서점 겸 인문예술 카페..
김종락 | 대안연구공동체 대표 1. ‘교수들 글쓰기 형편없다.’ 신문기자 시절, 내가 쓴 기사의 제목이다. 인문학 교수였던 한 계간지 주간의 말을 옮긴 기사이니 내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그를 인터뷰하고, 이런 제목이 뽑히게 기사를 썼다는 것은 내가 그 주간의 말에 동조했다는 것을 뜻한다. 계간지로 현실과 소통하는 지식인 문화의 창출에 나섰으나 지식 사회에 좌절하고 절망감을 느낀다는 그의, 교수들에 대한 최악의 비판은 글쓰기에 대한 것이었다. 요지는 대략 이랬다. ‘교수들이 제대로 된 글을 못 쓴다. 여기서 글쓰기는 독자적인 사유체계를 세우고, 이를 설득력 있는 문장으로 풀어내는, 거창한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최고학부의 교수라는 사람들이 주어, 술어가 제대로 호응하고 목적어를 제자리에 놓는 정도의..
김종락 | 대안연구공동체 대표 jrkkk@nate.com 나는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다. 시험은 더 끔찍하다. 그래도 공부를 피할 수는 없었다. 삶의 마디마다 장애물처럼 버티고 선 시험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인생의 낙오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에 가려진 느낌이 없지 않지만 목하 치열하게 진행 중인 2013학년도 대학 입시만 해도 그냥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시험이 아니다. 신분 결정 시험이다. 신자유적 자본주의 체제에서, 시험의 승자가 되는 극소수는 지나치게 과다한 보상을 받지만 대다수는 패자로 전락한다. 영문도 모른 채 경쟁에 내몰려야 하는 수험생들로서는 두렵고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교실이 갈수록 살벌해지는 것도, 대학 입시를 치를 때마다 온 나라가 들썩이는 것도 당연하다. 공부도..
김종락 | 대안연구공동체 대표 흔히 아마추어는 일이 서투른 사람의 다른 말이다. 비전문가로, 프로의 하위 개념이다. 그렇다고 아마추어라는 말이 서투르다는 뜻만 가진 건 아니다. 아마추어(amateur)의 라틴어 어원은 아마토르(amator), 즉 뭔가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어떤 보상도 바라지 않고 오직 그 일이 좋아서 즐기는 사람이 아마추어의 원래 뜻이다. ‘JSC 아키텍처’ 정상철 소장은 대안연구공동체에서 건축을 가르치는 일을 즐기는 아마추어다. 그는 가방 끈이 길지 않다. 건축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조성룡 도시건축’에서 잔뼈가 굵은 건축인이다. 의재 미술관, 선유도 공원, 소마미술관, 파주출판단지와 헤이리 아트벨리의 몇몇 사옥과 박물관, 지앤아트스페이스, 이응노의 집, 정각사…. 그가 ‘조성룡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