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방송에서 소방서장의 관용차량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방서의 1호차라고 불리는 관용차가 화재나 구조현장에 출동하기보다는 회의나 행사에 참석한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내용이다. 거기에다 소방서장을 위해 관용차를 운전하는 사람이 현직 소방관이라서 더 큰 문제점이란 골자이다.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각종 재난현장에서 수백 명의 소방관을 진두지휘하는 소방서장이란 직책은 참으로 영예롭고도 존경받아야 할 자리이다. 관내에 발생한 대형화재나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고라면 재난현장의 최종 지휘관으로써 소방서장이 출동함이 마땅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현장에 소방서장이 반드시 출동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굳이 소방서장이 아니더라도 사고현장을 효과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지휘관은 일선 소방서에..
경기도소방학교에서 아주 의미 있는 교육이 개최된다는 이야기와 함께 도움을 요청하는 지인의 연락에 흔쾌히 휴가를 내고 필리핀 소방관들과 동행했다. 특히 이번 교육에는 필리핀 소방국장을 비롯해 필리핀 소방정책의 핵심인력들이 대거 참여해 필자는 왠지 모를 흥분과 기대감으로 손님을 맞이했다. 9월 15일부터 개최된 2주간의 교육. 그들과의 아주 특별했던 동행을 소개한다. 필리핀은 현재 급성장중인 나라로 성장통을 앓고 있다. 인구는 1억명으로 우리나라의 2배 수준이다. 1만7000여명의 소방관이 필리핀의 안전을 지키고 있다. 필리핀에서 발생하는 사고 46%가 수도 마닐라에서 발생한다. 마닐라 외에도 필리핀의 7100여개의 섬에는 태풍을 비롯한 각종 재난으로부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필리핀에 불어 닥친..
2014년 9월 어느 날 저녁. 땅거미가 진 경기도소방학교 훈련탑 밑에 한 무리의 새내기 소방관들이 모여 있다. 이미 하루 훈련을 다 소화했지만 그래도 무언가 아쉬운 것이 있나 보다. 그들을 잠시 지켜보면서 1995년 서울 구로소방서에 처음으로 발령받았던 나의 신임 소방관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순수함과 열정으로 가득 찼으며 대한민국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충만하게 무장된 시절이었다. 때로는 출동벨 소리에 식사를 거르기도 하고, 난생 처음으로 죽은 시신을 수습하며 무서워하기도 했다. 화재현장에서 울부짖는 희생자들의 눈물을 보며 나도 마음속으로 울었으며, 대형화재라도 있을라치면 현장에서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며 화재와 싸우기도 했다. 위험물질 사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