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골든타임’이란 용어가 부각되었다. 골든타임이란 본래 구급대원이나 의사들이 자주 사용해서 굳어진 말로써, 일반적으로 심폐기능이 정지되었거나 순환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중증응급환자들의 생존 및 예후가 결정되는 소중한 시간을 말한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각종 재난현장에서 인명구조 및 재산피해 방지를 위한 재난유형별 황금시간(골든타임) 목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한 안전관리 기본대책중의 하나가 바로 2020년까지 화재현장 5분 이내 도착률을 99%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신속하고 효과적인 초동대응은 화재대응의 성패를 좌지우지하며, 빠르고 신속한 출동을 통해서 화재로 인한 피해는 줄이고 응급환자의 소생율은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서울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도입한 ..
2014년 12월 경기도소방학교와 필리핀 소방국간의 교육업무협약(MOA) 체결이라는 역사적인 자리에 함께 하고자 필리핀을 방문했다. 우리가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는 태풍이 막 휩쓸고 지나간 다음이었다. 지난 해 슈퍼 태풍 하이옌에 이어서 올 해는 태풍 하구핏이 필리핀 사람들의 마음을 멍들게 만들었다. 올 한해 경기도소방학교는 두 차례에 걸쳐서 필리핀 소방관들을 위한 국제소방관 과정을 지원해 줬다. 그런 경기도소방학교의 마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필리핀 소방국은 우리를 제41주년 필리핀 소방의 날 행사에 초대했다. 행사장 앞에 놓인 빨간 카펫 위로 도열한 필리핀 소방국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행사장으로 입장하는 순간 600여명의 필리핀 소방관들이 형제의 나라 대한민국의 소방관들을 우렁찬 박수로 맞이한다. 올 해..
매년 미국방화협회(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가 주관하는 소방엑스포에는 약 150여개의 안전 관련 세미나가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된다. 평소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강의를 듣고자 미국 전역에서 베테랑 소방대원들이 세미나에 참석한다. 소방대원이란 직업특성상 어디를 가더라도 항상 비상구부터 챙겨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인 텐데, 세미나를 주관하는 모든 강사들은 한결같이 자신을 소개하기에 앞서 비상구의 위치와 비상전화번호를 안내하는 것으로 세미나를 시작한다. 이것이 미국의 장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속도는 대한민국에 비해 느리지만,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하고 그 의견들로부터 합리적인 결과가 도출되면 그것이 비록 아주 작은 원칙일지라도 많은 사..
언젠가 필자가 근무하는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소방서에서 한 미군 소령이 방화복을 입고 다른 소방대원들과 함께 출동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 그것도 가장 출동이 많다는 펌프차를 탑승하고 말이다. 처음에는 그저 견학을 온 사람이 소방차 탑승체험을 하는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했으나, 하루 이틀이 지나고 3개월 내내 그 미군 소령을 계속 보게 되었을 때 무슨 사연이 있겠구나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참고로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소방서의 소방서장은 대한민국 공군의 원사라는 계급에 해당하는 Chief Master Sergeant이다. 하사관 중에서 가장 높지만 초급 장교인 소위보다도 낮은 계급이다. 그러니 소령이 사병들과 같이 훈련받고 심지어는 하사에게 지시받는 것이 필자로써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출동 ..
요즈음 대한민국 소방은 단순히 화재진압이라는 업무를 훨씬 뛰어 넘어 우리가 예전에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던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요구받고 있다. 우선 화재진압은 인명과 재산의 손실이 뒤따르며 때로는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관의 목숨까지도 위협한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소방정책을 수립할 때 화재 진압활동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화재 및 각종사고를 미연에 예방하는 다각적인 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예방활동은 적은 비용으로 피해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적극적 대민행정이다. 다양한 예방활동을 통해서 우리사회 곳곳에 산재된 위험요소를 찾아내어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예방활동이야말로 소방관만이 할 수 있는 고도의 전문성과 책임감 그리..
전 세계를 이끌어 가는 세계 최강국 미국은 아이러니하게도 문명화된 국가 중에서 가장 화재에 취약한 나라 중에 하나로 평가 받는다. 미국방화협회(NFPA)의 통계에 따르면 2013년 미국에서 발생한 화재는 124만건이다.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3240명이며, 1만5925명의 시민이 부상을 입었다. 재산피해도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자그마치 12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렇게 발생하는 각종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전역에서 소방대원들은 25초 마다 출동하고 있다. 출동 건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소방대원은 그 만큼 더 많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미국에서 한 해 동안 순직하는 소방대원의 수는 평균 100여명에 이른다. 그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소방대원의 안전을 1순위로 여긴다. 시민의 안전을 생각하기 이..
지인 2명과 2박3일간의 ‘소방여행’을 다녀왔다. 소방여행이란 용어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소방여행은 기존의 관광지나 맛집을 탐방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소방을 아끼고 사랑하는 보석 같은 소방인들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소방이란 다양한 분야에서 소방인으로써의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을 찾아내서 그들을 만난다. 그래서 소방여행은 ‘대한민국 소방의 희망 불꽃을 이어 받아 또 다른 곳에 전달하는 소중한 의식’이기도 하다. 우리의 여정은 대전을 기점으로 해서 충북 음성 그리고 진해에서 마무리 되었으며, 길 위에서 만난 소방인들과 기울인 소주병의 수는 우리의 소방사랑에 비례한다고 말할 수 있다. 소방을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야기는 언제나 유쾌하다. 만나서 조..
누군가가 군대에서 별을 달면 동네 마을 입구에는 여지없이 현수막이 내걸린다. 마을은 금세 잔치 분위기가 되고 자식을 잘 키운 부모는 곧 부러움의 대상으로 바뀐다. 그렇게 그 마을은 또 한 사람의 출세자를 배출한 명소가 되고 한동안 현수막은 마을 입구에서 나부낄 것이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출세를 원한다. 국어사전에 보면 출세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나 신분에 오르거나 유명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누군가가 출세하면 곧바로 돈, 명예 그리고 권력이 뒤따르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주위사람 누군가가 군대에서 장성이 되고, 판사 또는 검사가 되고, 국회의원이나 고위직 공무원, 연예인이 되면 그들을 동경하고 부러워한다. 진정으로 출세한 사람은 항상 자기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두루 잘 살펴야 한다. 그리고 세상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