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에서 근무하다보니 많은 사람들로부터 미국소방에 관한 자문을 요청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비록 보잘것없는 소견이지만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있다. 왜냐하면 라는 개인적 믿음이 있기 때문이고, 거기에 대한민국의 안전에 일조한다는 소소한 개인적 만족도 한 몫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얼굴을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다짜고짜 전화해서는 급하게 자문을 요청하고 관련 자료를 보내주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우는 미국자료를 요청하면서 번역까지 부탁을 받았을 때는 소위 멘탈이 붕괴되는 경험을 맛본 적도 있다. 물질적 보상을 바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보내준 자료는 잘 받았는지 그래서 그 자문이 프로젝트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궁금해 하는 필자의 넓은 오지랖에 기인한 서운함이 생기기도..
간혹 주위의 소방공무원이 영어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어올 때가 있다. 필자가 주한미군에서 근무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사람들과 같이 근무한지도 어느새 14년이지만 영어공부는 아직까지도 나에게 어려운 숙제다. 지구촌이 하루 생활권으로 바뀌면서 영어는 전 세계의 언어가 되었다. 2009년 대한민국이 선진국 자격으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에 가입하면서 지구촌에서의 역할이 늘어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한민국 소방에 대한 기대치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소방의 국제화를 위해 대한민국 소방관이 미국을 포함한 다른 영어권의 나라로 짧게는 2주에서 길게는 2년까지 해외연수 또는 국비유학을 떠나고 있다. 중앙정부을 비롯한 지자체에서는 해마다 다양한 부문에서 여러 나라와 교류를 한다. 미국의 LA 소방국과 ..
그야말로 100세 시대가 왔다. 건강하기만 하면 퇴직 후에도 30년 이상의 시간이 남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퇴직 이후에 대한 고민보다는 지금 당장의 현실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문가에게는 정년이 따로 없다. 퇴직 이후에도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활용해서 사회와 행복한 소통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 집필을 한다거나, 예비 소방인들을 위해 강단에 설 수도 있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시니어 단원으로 해외에 나가 자신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전수할 수도 있으니 퇴직 후에도 쉴 틈이 없는 것이다. 캐나다의 작가이며 저널리스트이자 강연자이기도 한 말콤 글래드웰이 쓴 란 책에서는 어느 한 분야에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시간으로 일만 시간을 제시한다. 일만 시간이라고 하..
해마다 대구에서는 소방인들을 위한 잔치가 마련된다. 올 해로 12회째를 맞는 는 우리 소방시장의 척박한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을 거듭하던 소방안전박람회가 올 해는 국제전시협회(UFI)로부터 인증을 받아 국제적 인지도까지 확보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괄목할 만한 성과가 아닌가 싶다. 2003년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소방안전박람회는 소방방재청(현재 국민안전처)과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 치르고 있는 국내 유일의 소방안전 전문박람회다. 이제는 지구촌이 일일 생활권으로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이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중국, 두바이 등에서 개최하는 소방엑스포에도 참가하고 있다. 혹자는 “우리의 소방안전박람회는 미국보다 못하다”라고 말하거나 또는 “우리의 ..
2012년 9월 경북 구미 불산사고 이후로 크고 작은 위험물 사고가 연달아 발생했다. 매번 위험물 사고가 나면 위험물질을 관리 감독하는 기관과 사고에 대응하는 소방과의 이원화가 문제점으로 대두되었다. 예를 들면, 위험물안전관리법은 국민안전처, 화학물질관리법은 환경부,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안전보건법은 고용노동부, 총포. 도검 및 화약류 단속법은 경찰청, 농약관리법은 농림부, 원자력안전법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 부처별 개별법에 의한 분산관리로 위험물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소방의 입장에서 보면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한 효과적인 대응에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을 논의하고자 2013년 3월 국회에서는 ‘화학사고 대응 체계의 입법. 정책적 개선 방안’이란 세미나를 ..
올해로 소방과 인연을 맺은 지도 20년이 되었다. 평생을 소방인으로 살아오신 선배님들의 연륜에 비하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지식과 경험이지만, 어느새 내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1995년 서울시 소방공무원으로 임용이 되어 공무원 선서를 하고 소방관으로써의 삶을 시작했다. 지방소방사 시보 시절부터 매일 제복을 입고 출근과 퇴근을 하던 패기 넘치던 20대를 보내고, 세월이 흘러 지금은 대한민국 소방공무원의 옷이 아닌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에서 소방검열관이란 옷을 입고는 있지만 내가 소방관이라는 것은 여전히 변함없는 사실이다. 요즈음 많은 젊은이들이 소방공무원이 되기를 희망한다. 인터넷에는 소방공무원이 되기 위한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가 늘어나고, 소방공무원 입시를 도와주는 학원들도 증가 ..
흔히들 “집 한번 지으면 10년은 늙는다”라고 말한다. 단지 예쁘기만 한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만족스러운 집을 짓는다는 것이 그만큼 쉬운 일은 아니라는 말일 것이다. 집을 짓는 다는 것은 철저한 준비가 없으면 그만큼 고통이 뒤따르는 법이다. 집을 짓는 시기, 예산과 규모 결정, 부지선정, 현장방문, 공적장부 검토 등 어려운 절차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렇듯 일반주택도 한번 건축하기가 힘든 일인데,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에 어울리는 소방서를 짓는 일은 당연히 그 고민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최근 들어 세종특별자치시 소방본부, 경남 남해소방서, 경북 경산소방서, 태백소방서 화전119안전센터, 중앙119구조본부 대구청사 등이 신축되었으며, 앞으로도 경기도소방학교 화재종합훈련장, 서울 ..
2014년 겨울, 화상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들의 치료비를 지원하기 위해 13명의 서울시 소방관들이 옷을 벗었다. 바로 을 제작하기 위해서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휴일도 반납한 채 평상시 훈련으로 다져진 멋진 몸매를 드러내기로 결심한 것이다. 여기에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한 전문 사진작가들의 솜씨가 곁들어져 탄생한 달력은 금세 동이 났고, 이렇게 모인 금액은 치료가 필요한 아이에게 전달되었다. 유독 사건사고가 많았던 2014년의 훈훈한 마무리가 아닌가 싶다. 각종 사고현장에서 극도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소방관들도 소방관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사고를 처리하면서 겪은 일들로 악몽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한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 소방관의 삶과 행복은 국민의 안전과도 직결되어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