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중국 방문 중에 터뜨린 자신의 개헌 발언을 거두어들임에 따라 급물살을 탈 것 같았던 개헌 논의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평소 실언이 잦은 김무성 대표이지만 이번 발언이 완전한 돌발성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김 대표는 오스트리아 같은 이원집정부제 정부를 거론하면서 개헌 논의가 봇물 터지듯 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가 “개헌 논의는 경제 블랙홀이 될 것”이라면서 반대하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도전하는가 했더니 하루 만에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여러 정황으로 박 대통령이 김 대표에 대해 강한 불만 내지는 경고를 전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개헌 논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은 정책이라고 할 만한 것..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는 45~50%, 새누리당의 지지도는 40~45%에 달하고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도는 20% 정도로 나타나고 있다. 낮은 응답률 등 여론조사의 한계를 고려하면 박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는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이 있지만 야당의 지지도는 대체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지지도가 이렇게 낮은 것은 잠재적 야당 지지자들이 실망해서 무당파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야당에 대한 지지도가 낮다고 해서 정부와 여당이 잘하고 있는 것이 아님은 정부와 여당도 잘 알 것이다. 1987년 민주개헌 이후 박근혜 정부처럼 국민과 높은 담을 쌓은 불통정권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은 전 정권까지 이어온 각종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약속하고 당선됐다. 국민대통합, 경제민주화, 검..
세월호 특조가 유가족과 새누리당 간의 의견 차이로 무산되는 것 같다. 새누리당은 유가족 쪽에서 요구하는 특조의 수사권과 기소권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논리적으로 말한다면 새누리당의 주장도 합리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위원장과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재협상으로 타결지은 안도 수긍할 만하다. 특조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준다면 특조에 특별검사를 두는 것이기에 별도로 임명되는 특별검사와는 권한과 업무가 중복되기 마련이다. 특검은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사하고 기소해야 하기 때문에 특조 산하에 특검을 두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하겠다. 하지만 유가족들이 법리적으로 무리한 요구를 내세우는 이유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진솔하지 않기 때문이다. ..
7·30 재·보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11 대 4로 참패함에 따라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물러나고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당을 이끌게 됐다. 거대 야당이 전에 없던 위기에 봉착한 것인데, 이에 대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의 반대편에 섰던 내가 뭐라고 말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청와대와 여당이 독주를 하는 상황에서 야당마저 힘을 잃어버린다면 나라 전체가 불행하게 될 것 같아서 내가 보는 야당의 문제를 몇 줄 적어 보기로 한다. 우선 야당은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와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 절차가 새누리당에 비해서 불안하다는 점을 지적해야겠다. 새누리당은 2007년 경선을 계기로 현행 제도가 확립이 됐다. 이번에 치른 전당대회에서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당 대표와 ..
196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이던 린든 존슨은 암살당한 존 F 케네디의 후광에 힘입어 대승을 거두었다. 선거 기간 중 존슨은 공화당 후보 배리 골드워터 상원의원이 당선되면 베트남에서 전쟁을 크게 벌일 것이라고 공세를 퍼부어서 재미를 보았다. 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존슨은 베트남 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했다. 많은 전사자를 내고 엄청난 돈을 퍼부었음에도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존슨은 지독한 마이크로 관리자(micro manager), 즉 만기친람(萬機親覽)형 대통령이었다. 그는 북 베트남에 대한 폭격지점과 공습 규모를 직접 정하는 등 합동참모본부의 영역인 작전에도 일일이 간여했다. 합참 지휘부부터 현지 중대장까지 백악관을 욕했으니, 그 전쟁이 잘 될 수가 없었다. 존슨은 재선..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선전을 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가개조’가 일단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가개조’라는 이름하에 논의되고 있는 개혁은 ‘관피아’ 척결과 공무원 충원방식 개선, 그리고 안전행정 체계 강화다. 앞으로 여야 간 협의와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겠지만, 부정청탁 금지와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를 강화한 ‘김영란법’ 제정과 국가안전처 설치 등 정부조직 개편이 골자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세월호 참사는 이 같은 개혁이 시급함을 보여주었지만 이는 필요한 개혁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우선 ‘국가개조’라는 용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말이 ‘국가개조’이지 그 실질적 내용은 ‘공공분야 개혁’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시작하는 개혁 작업은 공무원 조직과 공공기관..
세월호 참사로 인해 박근혜 정부가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졌다. 청와대는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씨에 대한 사법처리와 관료 마피아 근절을 위주로 한 대책으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민심이 수습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참사에 대해 청와대와 내각이 대응을 잘못해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고 보는 것도 정확한 진단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신뢰는 내리막길을 가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낮은 응답률 등으로 신뢰도가 떨어지는 여론조사에 나타난 박 대통령 지지도보다 피부로 느끼는 민심이 나빠진 지는 오래됐다. 박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마저 몇몇 퇴행적인 인사(人事)와 존재감 없는 내각에 대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진보매체, 보수매체를 ..
박근혜 정부 5년 임기의 3분의 1이 지나가고 있다. 돌이켜 보면 여권에는 악재가 끊이지 않았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이 지난 대선에 개입했음이 밝혀졌고, 국정원이 간첩사건에서 증거를 조작했음이 드러났다. 증거조작은 현 정권 들어 생긴 일이니 변명할 여지가 없다. 이 정도 사안이면 정권을 흔들기에 충분하겠지만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60% 선을 유지하고 있다. 대통령이 향유하고 있는 개인적 지지도가 탄탄한 데다가 야권이 지리멸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권에 유리한 지형이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미니총선 같은 7월 재·보선이 이어질 것이다. 지방선거에선 새누리당이 승리하겠지만, 야당이 기초단체 공천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얻어낸 승리는 독(毒)이 될 수 있다. 여당은 공천을 하고 야당은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