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겨냥한 6월25일자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석상의 발언은 장소, 절차, 그리고 내용이 모두 잘못됐다. 무엇보다 국무회의는 국정을 논하는 자리이지 대통령이 억한 심정을 표출하는 장소가 아니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파급력이 있기 때문에 그 정도의 폭탄선언을 하려면 대통령은 비서실장, 정무, 홍보 등 비서관들과 사전에 협의를 했어야만 한다. 하지만 대통령 비서실장도 현장에서 비로소 그 내용을 처음 들었다고 하니 블랙 코미디라고 하겠다. 국회가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상황이라면 국무회의는 최소한 논의는 하고 통과시켜야 한다. 대통령의 격앙된 발언이나 듣고 침묵으로 안건을 통과시키는 국무회의라면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낫다. 박 대통령은 여당 원내대표가..
여야가 공무원연금개혁법안을 합의로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같이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밝히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문제가 된 개정된 국회법 조항은 국회 상임위원회가 시행령이 법률과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시행령의 수정 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그러면 관련 부처의 장은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했다. 이 조항에 대해 이종걸 야당 원내대표는 그것이 강제적이라고 보지만 유승민 여당 원내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는 여야가 입장을 통일하라고 촉구하더니 이제는 거부권을 행사할 기세이다. 청와대는 이 조항이 권력분립 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보는 것 같다. 대통령제 국가는 3권 분립 원칙에 기초하고 있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기..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의 사정이 말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사참사, 세월호 사건, 측근 비선라인 문제, 성완종 사건 등 온갖 악재가 꼬리를 무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상대로 한 선거에서 계속 패배하고 있으니 말이다. 4·29 재·보선 패배는 문재인 대표의 책임이 크다고 하겠지만 과연 문 대표에게 모든 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만큼 문제의 뿌리가 간단치 않다. 문제는 작년 6월 지방선거부터였다. 6·2 지방선거는 야당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던 선거였다. 하지만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는 합당명분인 기초단체 무공천에 집착하느라고 선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기초단체장 후보를 급하게 공천하다 보니 여당이 현직인 단체장을 이길 수 있는 후보를 거의 내보내지 못했다. 광주광역시장 후보를 전략..
필자가 30년 동안 교수로 재직했던 중앙대가 좋지 않은 일로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어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요즘 드러나고 있는 문제는 대체로 예상했던 일이다. 대학이 기업논리에 휘말리고 거기에 정치가 개입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작금의 중앙대 사태를 살펴보면 경기도 안성에 있는 제2 캠퍼스가 문제의 핵심임을 알게 된다. 1980년대 초 서울의 주요 대학들은 정부 정책에 부응해서 제2 캠퍼스를 건설했는데, 중앙대는 안성에 자리를 잡았다. 1983년에 조교수가 된 나는 법대가 있는 흑석동 캠퍼스보다 새로 건설한 안성 캠퍼스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당시 중앙대 이사장이던 임철순 박사는 미국에서 공부할 때 아름다운 대학 캠퍼스를 많이 보았던 까닭에 중앙대도 풍광이 좋고 널찍한 안성 캠퍼스를 중..
박근혜 정부가 3년차에 접어들었지만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피로감 때문인지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도가 많이 올랐고 문재인 대표의 지지도 또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012년 한 해 동안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잠시 지지했던 ‘부동층 유권자’(swing voters)는 이미 지지를 철회했고, 고정 지지층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 기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들지 않더라도 집권 10년은 짧지 않은 세월이며 유권자들은 항상 변화를 원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정권교체에 대한 여망이 이는 것은 당연하다. 유권자들은 아무리 성공한 정권이라고 할지라도 선거에서 단순히 그런 결과에 입각해서 투표를 하지는 않는다. 유권자들은 시대에 걸맞은 정신을 반영하는 정책과 인물을 ..
1987년 6월 민주혁명을 계기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이 논의될 당시의 일이다. 직선제 개헌을 한다는 데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어떤 대통령제를 도입할 것인가를 두고 법학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소장 학자들은 4년 임기에 재임을 가능하게 하고 부통령을 두는 방안을 선호했다. 반면 중진 학자들은 단임제로 하고 국무총리를 두는 안을 주장했다. 개헌 논의를 주도하던 정부는 5년 단임과 국무총리를 두는 안에 무게를 두었다.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낸 김영삼, 김대중 등 당시 야권 지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러닝메이트로 대통령과 함께 선출되는 부통령은 2인자로 부각되기 마련이라서 대통령이 절대적 권력을 향유해 왔던 우리의 정치 경험상 생소할뿐더러, 대통령은 ..
역대 대통령 중 누가 가장 훌륭했나를 묻는 여론조사를 보면 박정희 대통령이 가장 높게 나오고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대체로 2, 3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대통령은 순위에 넣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 대통령이 이렇게 박한 평가를 받는 것은 비자금 사건과 1997년 외환위기 때문일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재임기간이 15년이 넘고 5·16 후 최고회의 의장 시절을 합치면 무려 19년에 달하기 때문에 다른 대통령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1987년 민주개헌 후에 대통령이 된 경우에 국한해서 평가를 한다면 이른바 보수 대통령은 성공적인 사람이 없었다는 말이 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사후평가도 좋지 않을 것이..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진보당) 해산 판결을 내림에 따라 야권은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해산된 진보당을 지지했던 골수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정치적으로 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 등 야권이 어떻게 대응하는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진보당 해산 판결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진보당과의 연대로 치른 새정치연합의 입장에서 진보당의 해산은 당혹스러운 사건이지만 동시에 예상되었던 일이기도 하다. 사실 새정치연합은 김한길-안철수 투톱 시절에 이미 진보당과는 선(線)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문희상 비대위가 당내 온건 실용파의 참여 없이 굴러가고 있으며,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주도했던 친노계의 문재인 의원이 차기 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