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도시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의 삶은 고달파 보입니다. 금방 운행을 마치고 주차된 따뜻한 자동차,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환풍구, 최대한 햇볕이 많이 내리쬐는 풀밭 등 자기가 알고 있는 감각과 지식을 총동원하여 가장 따뜻하고 안전한 곳을 찾아내어 체온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렇게 추위를 피해 다녀도 차가운 건물 사이의 칼바람과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수많은 고양이들이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에 사라져 버립니다. 지금 추위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고양이들이 한낮의 햇볕 속에서 기지개를 켜며 살아남음을 뽐내고 있습니다. 이 겨울을 맨몸으로 견뎌낸 고양이들도 대단해 보이고, 이 기나긴 코로나의 계절을 견디고 있는 우리들의 삶도 대단해 보입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생각그림]최..
오늘도 같은 시간 같은 지하철 칸에 타고 출근을 합니다. 이제는 자주 봐서 익숙한 얼굴들이 보입니다. 어디에서 타고 어디에서 내리는지, 어떤 가방을 들고 다니는지, 어떤 스타일의 옷을 좋아하는지, 가는 동안 무엇을 하는지를 이제는 알아버렸습니다. 그러나 매일 출근길을 서로 몸을 부딪치며 같이 이동하지만, 우리는 서로에 대해 그 이상은 알지를 못합니다. 같이 있는 물리적 거리는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깝지만, 서로의 마음속 거리는 서울~부산만큼이나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물리적 거리는 멀지만, 온라인으로는 가깝게 대화하는 고향 친구를 오랜만에 직접 만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얼굴을 보며 목이 아프도록 이야기하고 싶어집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생각그림]최신 글 더 보기
목욕 후 거울 앞에 서 있는 낯선 나를 보았습니다. 헬스장도 못 가고 집에만 있으니 늘어나는 것은 식탐과 몸무게뿐입니다. 마스크 쓰면 숨차서 힘들다는 핑계로 운동도 안 하니 그나마 붙어 있던 근육들은 살이 되어 출렁출렁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흘러내리는 살에 충격받아 큰맘 먹고 운동하러 나가보지만, 엄청난 추위와 미끄러운 눈길, 입김으로 가려져 뿌옇게 된 안경, 답답한 마스크 이 모든 것들을 핑계로 금방 집으로 돌아와 버렸습니다. 흘러내리는 살들을 부여잡고 다시 예전처럼 마음껏 숨 쉬며 땀 흘리며 소리치며 달려보고 싶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생각그림]최신 글 더 보기
새해 계절별 꽃그림이 있는 달력을 받았습니다. 아무 일정도 쓰여 있지 않은 깨끗한 12장의 종이 달력을 넘겨보며 생각해 봅니다. 내년에는 어떤 해야 할 일들이 있고, 어떤 일들을 하지 말아야 할까? 하고 싶은 일들은 무엇이고, 꼭 챙겨야 할 날들은 무엇일까? 올해를 시작할 때도 새 달력의 날들을 넘기며 그렇게 계획했지만, 시간에는 가속도가 있는지 점점 빨라져 그 계획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채 시간은 휙휙 지나가 버렸습니다. 지나간 날들의 빈 공간을 다시 채울 수 없기에, 실행하지 못한 일들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저를 더 후회하게 합니다. 새해에는 좀 더 알차게 사각형의 작은 공간 하나하나 계획대로 채우며 하루를 보내야겠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생각그림]최신 글 ..
선물을 하긴 해야 하는데 어떤 선물을 할지 고민입니다. 받는 사람이 좋아하고 원하는 선물을 하고 싶지만,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가 없습니다. 받고 싶은 선물을 말해주면 좋으련만, 또 그러면 선물의 의미가 퇴색되는 것 같아 고민입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잘 알아서 자신이 받고 싶은 선물이나 생각지도 못한 멋진 선물을 주기를 바랄 텐데, 이거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계속 옆에서 지켜보며 그 사람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데 전 그 사람을 그렇게 잘 알지 못했나 봅니다. 어쨌든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샀는데 그 사람도 이 선물을 좋아할지 걱정입니다. 만약 좋아하지 않으면 그 선물은 제가….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생각그림]최신 글 더 보기
모든 것들이 차갑게 변해 버렸습니다. 한낮의 따스한 햇볕마저 차가워져 버렸습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검은색 방한복으로 온몸을 감싸버렸고 앙상한 나뭇가지에 남아 있던 초록색 잎들도 차갑게 얼어붙어 버렸습니다. 이럴 땐 따뜻한 온기가 필요합니다. 조그마한 온기만 있어도 이 얼어붙은 나뭇잎과 사람들의 차가운 손 그리고 마음을 녹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한밤중 피워놓은 조그만 모닥불에 둘러앉아 모두 몸을 녹이듯이. 이 따뜻한 색의 꽃 한 송이로 모두 조금이나 따뜻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생각그림]최신 글 더 보기
어디가 안쪽인지 바깥쪽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어디가 위쪽인지 아래쪽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세찬 바람과 파도에 내 몸은 이리저리 돌고 돌아 도저히 분간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 파도가 바깥에서 오는지 이 바람이 내 안에서 나오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이 공간에서 나를 잃어버리고 헤매고 있습니다. 이 혼란이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겠지만, 빨리 잠잠해져 엄마 배 속에 있는 아기처럼 다시 평온함을 찾고 싶습니다. 그때가 오면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생각그림]최신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