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두들 고개를 쭉 빼고 휴대폰을 보며 흐느적거리며 걸어가고 있습니다. 지하철에서도 다들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을 보며 흔들거리고 있습니다. 늘어뜨린 머리가 너무 무거워 위를 한번 쳐다봅니다. 조그마한 하늘이 보입니다. 도시의 하늘은 항상 무언가로 가려져 있는 듯합니다. 전깃줄, 간판, 신호등, 거대한 건물 등…. 그 사이로 조그맣게 보이는 뿌연 하늘은 불쌍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 작은 가려진 하늘을 한번 쳐다보며 목 운동을 해봅니다. 그리고 다시 고개 숙여 내 손안에 있는 작은 휴대폰 화면으로 맑고 깨끗한 알프스의 하늘을 보며 이 도시를 떠날 계획을 세워 봅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생각그림]최신 글 더 보기
주홍빛 감, 빨간 산수유, 원색의 단풍, 갈색의 낙엽 등 가을의 자연은 다양하고 예쁜 색들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 반대로 사람들은 점점 자기만의 색을 버리고 있습니다. 원색의 옷을 버리고 무채색 옷으로 몸을 감싸고, 또 뽀얀 분홍빛 얼굴마저 희거나 검은 마스크로 가려 버렸습니다. 이제는 눈만 보고서 누가 누구인지 알아내야 하지만 그것은 거의 불가능입니다. 이럴 때 자연의 색처럼 사람도 자기만의 색이 있으면 그 색만 보고도 누구인 줄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점점 흐려지는 오늘 나만의 고유색을 입고 나를 알리러 나가봅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생각그림] 최신 글 더 보기 [생각그림]요가의 달인 아프고 뻣뻣해지는 몸이 걱정되어 요가를 시작하였습니다. 몸을 펴고 당기고 비틀고..
아프고 뻣뻣해지는 몸이 걱정되어 요가를 시작하였습니다. 몸을 펴고 당기고 비틀고 접으면서 사람의 몸이 이렇게 다양한 동작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안 써 본 근육을 쓰고,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동작을 해 봅니다. 나의 몸인데도 이렇게나 나의 몸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삐걱거리는 몸에 땀으로 기름칠을 하며 아슬아슬하게 동작을 따라 합니다. 동작을 따라 하다 보면 나도 요가의 달인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구부정한 몸으로 땀을 뻘뻘 흘리며,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저씨가 보입니다. 다시 눈을 감고 마음속에 있는 요가의 달인을 불러 봅니다. 이제 요가의 달인이 되어 내 몸속으로 들어가 내가 모르는 나를 알아보고 싶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
나에게 맞는 의자는 어디 있을까요? 지금 의자는 너무 불편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견디기 힘들고 빨리 벗어나고만 싶습니다. 가시방석 같은 이 의자는 가시 하나하나가 나의 아픈 곳을 콕콕 찔러대고 있습니다. 아무리 몸을 비틀어 요리조리 옮겨봐도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의자를 박차고 나가고 싶지만, 다른 의자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살집 많은 이 몸으로 비벼대며 딱딱하고 뾰족한 이 가시들을 조금씩 무디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몸을 의자에 맞추며, 의자를 몸에 맞추며 그렇게 날카로운 가시들이 나와 한 몸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생각그림 [생각그림]꿈나무 나는 꿈이 자라나는 꿈나무입니다. 나뭇가지 하나마다, 나뭇잎 하나마다 꿈이 자라나고 있습니..
나는 꿈이 자라나는 꿈나무입니다. 나뭇가지 하나마다, 나뭇잎 하나마다 꿈이 자라나고 있습니다. 꿈이 너무 많아 어쩔 줄 몰라하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가지가 흔들리듯 꿈도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합니다. 이루어진 꿈도 있고, 포기한 꿈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지와 잎이 떨어지듯이 나의 꿈도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몇몇 꿈이 있습니다. 다시 이 추운 겨울을 견디고 나면 나의 꿈들은 다시 꽃을 피울 것입니다.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생각그림
모두가 나만 쳐다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저렇게 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뭐라 하지 않겠지? 이렇게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며 불편하게 지내지만, 정작 사람들은 나한테 관심도 없습니다. 나는 그냥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일 뿐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다 하고 살기도 힘든 세상인데, 나한테 신경도 안 쓰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지금부터라도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자신 있게 나를 위해 행동해봅니다. 생각그림
더운 여름이 갑자기 가을이 되었습니다. 찬 바람 한번 휙 불더니 윤기 나는 초록 나뭇잎들이 다양한 색의 단풍잎으로 변신했습니다. 사람들도 지겨웠던 여름 반팔 옷을 집어넣고 멋진 가을 옷을 꺼내 입었습니다. 가을은 여름과 겨울 사이 아주 짧은 계절입니다. 사람들은 단풍 구경과 캠핑, 등산, 소풍 등등 이 짧은 계절이 아쉬워 먼저 가을을 찾아 즐기고 있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이런 날, 아무도 없는 산속에서 잠시 마스크를 벗고 차갑고 상쾌한 가을바람을 잔뜩 몸속에 넣고 가을이 되어 보고 싶습니다. 생각그림
나를 마주 봅니다. 나의 기억 속 모습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다른 듯하기도 합니다. 어떤 부분이 내가 생각하고 있던 나의 모습과 달라진 것일까요? 얼굴색이 좀 검어진 것도 같고, 안 보이던 주름과 점들도 더 늘어난 것 같고, 눈동자도 좀 달라진 것 같습니다. 매번 거울을 볼 때마다 나의 기억 속 모습과 실제 모습의 차이는 점점 커지고 있는 듯합니다. 나의 기억 속 모습은 20대 청년이지만, 지금 거울에 보이는 내 모습은 반대로 점점 더 멀어지고만 있습니다. 그러나 기억 속 내 모습과의 거리를 줄일 수 없기에, 지금의 모습에 적응하면서 기억 속 나를 찾아 떠나봅니다. 생각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