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뙤약볕에도 버스정류장에 앉아 있는 분들. 고등어라도 한 마리 사러 장에 나가기, 병원에 약 타러 가기, 외출은 딱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병원과 약국을 차례로 들러 약봉지 하나씩 들고 탈래탈래 걸어 나오면 반기는 것은 다시 뙤약볕. 나도 약봉지를 항상 챙겨 다닌다. 약이라 함은, ‘모르는 것이 약이다’의 그 약. 병은 선고받은 그날로부터 행복 끝 고생 시작이다. 아는 것이 힘인가? 모르는 것은 약이다. 요새 젊은이들은 커피 라떼를 싫어한다지. 왜냐면 어른들이 입만 열면 ‘나 때’엔 어쩌고저쩌고. 그래봤자 일찍들 잔디밭으로 돌아가셨다. 라떼는 이제 그만. 옛 어른들은 신통방통 약이 없으니 일찍 숟가락을 놓았다. 의학이 발달하여 바야흐로 백세 장수시대. 남보다 먼저 죽으면 매우 억울하다.제아무리 명품 ..
낮때 본 구름이 그야말로 뭉게구름. 가끔 따갑던 해가 안 보여서 좋아. 고되던 시집살이, 모두 안 보이고 혼자 남은 할머니. 이제 좀 홀가분한데 왠지 외로워 보여. 대나무로 검은 차광막을 얼기설기 쳐놓고서 여름을 난다. 뭉게구름은 열심히 따가운 햇볕을 가려보지만 차광막만 못해. 할머니는 애를 쓰는 뭉게구름의 사랑을 알까. 부채를 하나씩 들고 모정에 모여 맘속에 담아둔 얘기 나누던 날도 많았다. 요샌 회관에 달린 에어컨이 대세. 에어컨을 켜고 앉았으면 어디선가 쪄온 옥수수가 나온다. 여기선 ‘옥시시’라고 한다. 옥수수 하나로 충분히 배부르고 행복해진다. “여그가 천국이재 뭘라 싸돌아댕개. 더우엔 가만히 자빠져 있는기 상책이여.” 그러면서도 자녀들이 고향집에 하루라도 들렀으면 바란다. 누워 있다가 궁둥이에서..
번갯불과 함께 장마. 후텁지근 열대야. 가공할 습도는 땀에 절게 만든다. 십자고상의 예수님도 이렇게 더우면 양팔 벌리기 기구운동을 잠시 멈추고 땀을 닦으신다. 대웅전의 부처님도 스님이 선풍기를 살짝 틀어주면 안면에 미소가 ‘살짜기 옵서예’로 번진다. 엊그제는 연꽃 방죽이 있는 완주 송광사에서 연차 다회를 가졌다. 또 강원도 강릉땅 석조여래좌상이 있는 절집 청학사. 나도 실무자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 동무들과 우연히 방문했다. 스님이 내신 귀한 차를 얻어 마셨다. 더위를 불사하고 팔도 유람을 했는데, ‘하나라도 더 알라’는 사우디 최고 선생님 존함마따나 앎과 배움이 느는 유람이었다. 이름만으로 거뜬히 세계 여행이 가능하다지. 인도에 가장 위대한 철학자 ‘알간디 모르간디’, 인도 최..
교육방송 여행 다큐에 몇 차례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멕시코에 가서는 열기구를 탔다. 이전에 터키 파묵칼레에서 열기구를 한번 타보기도 했는데,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나는 기분은 한마디로 ‘째진다’. 매사추세츠에 사는 작가 댄 펜웰은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버킷리스트 88가지를 꼽는다. “댄스 강좌에 등록하라. 매일 8잔의 물을 마셔라. 헌책방에서 한나절을 보내라. 이웃을 위해 과자를 구워라. 단지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 꽃을 보내라. 한 가지 멋진 마술을 익혀라. 고마운 분들에게 감사 카드를 써라.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해라.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라. 카메라를 지니고 다녀라. 스포츠 경기를 관람하라. 혼자 여행을 떠나라. 악기를 하나 배워라. 유머집을 한권 사서 외워라. 아이스크림 한통을 ..
사막에서 돌아와 여행 때 찍은 사진들을 밤새 정리. 공복감을 달래려고 우유를 끓이다가 급기야 짜이를 한잔 만들어 먹었다. 인도인 친구가 있는데, 고국에 다녀올 때마다 그에게 짜이 찻잎을 부탁한다. 또 언제 생길지 모르니 아껴서 마시고 있다.피로가 겹치면 달달한 밀크 티가 구미에 당긴다. 짜이를 파는 커피숍에 앉아 ‘차이코프스키’를 들으면서 동무들이랑 수다를 떨고 싶다. 코끼리의 나라 인도는 이야기만 들었을 러시아의 음악천재 차이코프스키. 아시는가. 인도에선 내 별명이 짜이가 고픈 ‘짜이 고프스키’라는 걸. 한 잔에 1루피 때부터 그 동네엘 가보곤 했는데, 지금은 심지어 50루피 짜이도 있다고 들었다. 세상 어디나 물가는 오르는데 사는 형편은 수십년 똑같다.음료 차 문화가 커가면서 조급증이 많이 줄어드는 ..
여기는 마두금이 울리는 몽골의 내륙 사막. 영화 가 여기선 ‘사막과 슬픔의 볼레로’로 바뀐다. “몽골시골몽골시골….” 풀벌레 눈물타령. 방음이라곤 되지 않는 천막집 게르. 침대는 움직일 때마다 공포영화의 효과음처럼 끽끽거린다. 밤 9시가 넘어도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백야의 초원과 사막. 옛 우리 조상들은 몽골과 한 지붕을 덮었다. 대륙을 나눠 쓰면서 말을 달렸다. 말 대신 지금은 오토바이가 눈에 띈다. 유목민들은 여기 천막집 게르에서 살아간다. 게르에서는 밥 냄새가 항상 폴폴 난다. 일본에서 가장 방귀를 잘 뀌는 인간 ‘아까끼고 또끼어’도 게르에서 살면 냄새가 금방 달아나서 살 만하겠어. 구두쇠 ‘무라카와 쓰지마’는 수세식 화장실이 없는 이곳에서는 김새는 이름.몽골엔 홉스굴 같은 너른 호수도 있다. 전..
유대땅 얘기책 성경을 읽고 자라선지 사막이 항상 궁금했다. 금모래 사장이 앞산만 하다는 말에 상상이 가지 않았다. 첫 사막은 사하라였다. 체 게바라도 걸었다는 알제리의 사하라. 이후론 자주 사막을 찾았다. 우리나라에도 섬마을에 사구사막이 몇 군데 있다. 사막이라고 하기엔 밋밋하긴 하지만서두. 이 정도 ‘열탕 날씨’라면 언젠가 사막 땅이 생길지도 모르겠어. 사막에도 마을이 있다. 오아시스를 벗어나면 살 수가 없기에 계율이 매우 엄하지만 거기도 매한가지 사람 사는 동네. 사막에 가면 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된다. 아무리 낮에 햇살이 뜨겁더라도 밤이 되면 겨울만큼 춥다. 사막의 낙타들은 소중하게 여기는 주인을 만나 다복하게 살아가는 편이다. 사막엔 적토마나 오토바이조차도 힘을 쓰지 못한다. 겨울왕국의 개들..
옛집들은 사고뭉치였다. 나 어렸을 땐 산에서 나무를 해다 불땠는데, 아랫목 말고는 달달 떨다가 잠을 설쳤다. 이후 등장한 연탄 시대. 더러 연탄가스를 마시기도 했다.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르는 것은? 연탄가스. 취해서 해롱해롱하면 동치미를 떠다 먹었다. 어이없는 치료법. 국회는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맞대는 집일 텐데, 요샌 농땡이 치는 재미가 좋은가. 마을회관은 노인들이 모여 점당 100원 화투를 치다 싸우는 집. 교회는 신도들이 모여 복 달라고 떼쓰다가 뜻대로 안되면 애먼 대통령을 욕하는 집. 대부분 가정집은 뿔뿔이 방에 들어가 휴대폰을 보다가 잠드는 집. 언젠가 북유럽에 갔다가 한 숙소에서 오로라를 보았다. 내 기억 속 오로라 빌라. 소설가 르 클레지오의 소설에도 ‘오로라의 집’이 등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