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보러 가잔 약속
바닷가에 파도만 홀로 출렁이는 게 아니더라. 산길 들길 억새가 피면 육지에도 억새 파도가 일어 시도 때도 없이 천지가 찰싹거린다. 엊그젠 절정을 놓칠 수 없어 제주도까지 억새 구경을 댕겨 왔다. 솔껭이 불이 잉글잉글허대끼(솔가지에 붙은 불이 이글이글하듯이) 가슴 가득 뜨거워져 지금껏 식지 않고 달궈진 상태 그대로다. 억새 얘기 말고는 그 어떤 말도 하기 싫은…. ‘억세’게 운 좋은 사람만이 억새를 매만지며 가을 정취를 즐길 수 있음이렷다. 억새가 볏과에 속한 풀이란 걸 알고부터는 더욱 억새에 정이 갔다. 대부분을 지주에게 빼앗기고 가난했던 농부들, 낱알을 이고지고 휘청대는 듯 풍작인 억새밭. 볏가리로 착시되어 맘이라도 배불렀을 거란 짐작을 가져본다. 밭에서 일하던 남정네, 남자의 ‘남’ 자는 밭 전 자에..
일반 칼럼/임의진의 시골편지
2013. 11. 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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