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기업처럼 일하는 NGO’라는 칼럼을 봤다.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가 쓴 그 글은 시민단체가 기업화되는 것을 우려하는 글이 아니었다. 반대로 ‘기업은 NGO처럼, NGO는 기업처럼!’이라고 외치며 NGO의 기업화를 장려하는 글이었다. 덕분에 나는 정부와 기업과 시민단체가 ‘파트너 관계’로 재탄생하게 된 기원을 생각해냈다. 2000년대 초반 세계은행은 ‘굿 거버넌스’를 세계적으로 확산시켰다. 실제 내용은 가난한 나라에 돈을 빌려주면서 원조를 대가로 시장개방과 공공 부문 민영화 같은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것이었지만, 겉으로는 부패한 권력과 낙후된 시장을 정비하여 투자금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관리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빈국의 정부와 서구의 자본, 그리고 공여국과 수혜국의 NGO 간 국제 개..
7월1일부터 자치경찰제가 시행된다. 교육자치에 비해 한참 부족한 수준이다. 경찰관서와 경찰관은 모두 국가경찰 체제인데 자치 사무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만 자치경찰위원회가 갖고 있다. 부족한 수준이지만, 그럴수록 자치경찰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자치경찰위원회는 시·도의회 2명, 국가경찰위원회 1명, 교육감 1명, 위원추천위원회 2명 등 추천받은 6명과 시·도지사가 지명한 1명을 합해 7명으로 구성한다. 법률은 특정 성(性)이 10분의 6을 넘지 않고, 적어도 한 명은 인권전문가를 임명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실상은 크게 다르다. 부산·대전·충남·경남·강원은 위원 전원이 남성이다. 나머지 지역도 구색 맞추기 식으로 여성을 한두 명 끼워넣었을 뿐이다. 유일하게 경북만이 남성 4명, 여성 3명으로..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굳이 보자 하면 개인적으로 가벼운 로맨스 영화를 좋아한다. 그중 한 편을 꼽으라면 다양한 등장인물들 간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라는 영화이다. 내가 이를 꼽는 이유는 영국 대표 ‘국뽕’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국 총리 역을 맡은 휴 그랜트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세계 정세가 불행하다고 느낄 때 주변 일상 속의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사랑은 어디에나 있고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만일 당신이 사랑을 찾으려고 한다면 반드시 찾을 것이라며 “love actually is all around us(사랑은 사실 우리 주변 모든 곳에 있다)”라고 이야기한다. 영화 중에 미국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해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기자가 성과..
얼마 전 지인에게 안부 문자 후 답장을 받았다. “단군 이래 가장 잘살고 있는 것 같은데 다들 ‘헬조선’이라고 불평이네요!” 헬조선! 이미 철 지난 표현 아닌가 싶었는데, 이 문자 이후 다시 생각해 봤다. 왜 헬조선일까? 저마다 각양의 이유가 있겠지만, ‘헬조선’이라 느끼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어쩌면 유독 강한 교육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서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을 나와도 전혀 엘리트로 대접받지 못하는 그 주관적 기대치와 객관적 현실 사이의 높은 괴리감 말이다. 그래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소위 명문대학이라고 하는 서울대, 연·고대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미국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학들은 각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인지. 지..
한국스칸디나비아학회의 지원으로 ‘노르딕 누아르 속 여성의 역할 변화’라는 제목의 논문을 쓰고 있다. 등 북유럽 문학이 근 10여년 인기인데 사실 그보다 먼저 팬덤을 형성한 것은 범죄소설이었다. 뉴욕이나 런던의 대형 서점에 ‘노르딕 누아르’ 또는 ‘스칸디나비안 누아르’ 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다.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이자 연구자인 줄리언 시먼스는 범죄소설은 “죄는 분명하되 범죄는 분명하지 않은 예술 작품인 반면, 추리소설은 그 반대”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노르딕 누아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북유럽 범죄소설에는 기존 추리소설과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사건이 아닌 인물 중심 구조다. 평범한 경찰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개인기가 아닌 팀워크로 수사를 진행한다. 셜롬 홈스나 에르퀼 푸아로 같은 ..
지난 11일로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한 지 100일이 되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 800명 가까운 시민이 사망하는 유혈탄압이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세계은행은 사실상 내전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는 미얀마의 국내총생산이 올해 -10%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미얀마 국민들의 생활은 쿠데타로 인해 파탄으로 치닫고 있다. 반면 지난 9일 미얀마 군부는 마치 중국이 자신들을 옹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증명하듯, 중국이 주도하는 약 25억달러 규모의 미 린 자잉 LNG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포함해 총 28억달러(약 3조1200억원) 규모의 15개 사업을 승인했다. 실제로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미얀마 군부에 대한 비판이 증가하는 가운데 ‘내정간섭’ 반대를 이유로 러시아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