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를 비롯해 대학 민주동문회 등의 ‘검찰개혁’ 지지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예사로 넘기기 어렵다. 지난해 ‘조국 사태’ 과정에서 작가 1276명과 대학교수 4090명 등이 유사한 내용의 지지선언을 했고 서초동 촛불집회에 수만명이 참여했지만 무게감은 이번이 더욱 크다. 과거 민주화운동의 본진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2019년의 지지선언이나 집회는 친민주 성향 지식인들의 ‘자가당착’이나 열혈 민주당 지지자들의 ‘팬심’ 정도로 치부할 수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없게 됐다. 뒤집어 얘기하면 최근의 지지선언이야말로 지난해 조국 사태부터 시작한 친정부 성향 집단행동의 정신적 배경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단체의 지지선언에 대해 평하자면 한마디로 ‘모순’이다. 한 예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언제로 돌아가면 이 상황을 막을 수 있을까? 추미애 장관을 임명하던 그때? 아니면 조국 장관을 임명했을 때, 윤석열 총장을 임명했을 때, 양정철이 윤석열을 만나 총선 출마를 권유했던 그때, 윤석열이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그때? 이것이 역사적 필연이었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들과 대화하려고 했던 그때일까? 어쩌면 김영삼 대통령이 하나회를 척결해서 유일한 초법적 권력을 검찰이 독점하게 되었던 그때, 아니 유신헌법을 기초한 김기춘이 박정희에게 김똘똘이라는 칭찬을 들으며 검찰이 군사독재의 하수인이었던, 그때였을까? ‘나한테 왜 그랬어요?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지금의 이 사태는 본질적으로 힘과 힘의 싸움이라 어떤 절차나 합리적 중재가 끼어들 틈이 없다. 징계위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법적 다..
언론은 ‘추·윤 갈등’이라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갈등에 주목하지만, 그건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핵심은 ‘검찰개혁’이다. 법무부 장관과 여당 모두 검찰개혁을 말한다. “검찰개혁이 일부의 저항이나 정쟁으로 지체된다면 국민을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 여당 대표의 말이다. 검사들의 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검 차장이 장관에게 한발 뒤로 물러나라며 내건 명분도 검찰개혁이다. 전체 검찰 구성원의 마음을 얻어야만 검찰개혁이 가능하니, 검찰총장을 징계하지 말라는 거다. 말이 같다고 뜻마저 같지는 않다. 검찰개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각기 다르고, 개혁을 추진하려는 쪽과 저항세력이 뒤섞여 있기도 하다. 언론은 그저 중계방송식 보도를 하거나 검찰 쪽으로 기울어진 편파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정치적 ..
지난주 SNS에서 올라온 모 사립대학 40대 정규직 교수 K의 글이 여러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는 ‘살아남은 자의 유서’라는 글로 자기가 겪은 오랜 ‘직장 내 괴롭힘’(이른바 갑질)을 폭로했다. 어느 원로 교수가 행한 크고 작은 횡포와 비정상적인 행태를 밝혔다. 또한 그로 인해 공황장애와 죽음충동에까지 이르렀던 자신의 고통을 고백했다. K가 토로한 것은 단순히 개인의 갑질과 정규직 교수들 사이의 흔한(?) 갈등은 아니었다. 그는 자기가 미투 운동을 위시한 대학사회의 인권운동에 영향을 입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문제를 바로잡아 구성원들이 불안한 생존을 이어가지 않고’, ‘대학이 적극적으로 생의 가능성을 향유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래 준비했다고 한다. 그래서 폭로이면서 동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