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통령 선거가 역대급 비호감 선거였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역대급 비지방(非地方) 선거였다. 대선이 끝나고 돌아서서 치른 선거라 그 연장전이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지방 의제가 뒷전으로 밀려날지는 몰랐다. 한쪽에서는 민심의 향방이 아니라 윤심의 소재가 관전 포인트였고, 다른 한쪽에서는 대선에 나갔던 후보의 흥행몰이가 제대로 먹히느냐가 전략의 핵심이었다. 지방선거 기간에 ‘지방자치’의 현실에 대해 어떤 고민도 들을 수 없었으며 지연되고 있는 ‘지방시대’의 미래에 대해 아무런 그림도 본 적이 없었다. 여의도 정치가 지방정치를 포획하여 풀뿌리민주주의가 왜곡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요즈음 국회가 하나의 당이 과반을 차지해 독주한다고 불평하는 모양인데 영남과 호남의 지방정치 독점은 거기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정부가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서 화답할 때이다. 모든 부처가 규제개혁 부처라는 인식하에 기업활동, 경제활동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 대통령실도 부처와 잘 협조하고, 또 어렵고 복잡한 규제는 제가 직접 나서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업하는 데 장애가 되는 걸림돌을 치워주고 부족한 부분을 보태주겠다. 세금 감면과 규제완화 모두 투자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경제 살리기의 주역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고, 기업이 돼야 한다.” 2008년 상공의날 행사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규제완화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 표명이 14년 전과 다르지 않다. 역대 어느 정권도 규제완화를 강조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김영..
지방선거가 내일로 다가왔다. 이미 약 20%의 유권자들이 지난주 사전투표에 참여하였으며, 내일 저녁이면 선거결과의 윤곽이 밝혀질 것이다. 이번 지방 선거가 한국 정치에 제기하는 문제점들은 이 지면을 통해 지난 두 달에 걸쳐 밝혔지만, 오늘은 이번 선거의 한 주요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무투표 당선자들이 말해주는 바에 대해 토론하고자 한다. 지방선거는 시·도지사에서부터 시·군·구(청)장, 시·도 의회 및 구·시·군의회의 지역구 및 비례대표의원들에 더하여 교육감까지 총 7개의 선출직, 전국적으로는 4132명의 선출직을 뽑게 되는 대규모 ‘동시’ 선거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하면 등록 후보자만 7500명이 넘는 선거인 것이다. 출마자들의 면면을 기억하기조차 버거운 선거이며, 출마자들을 소개하는 두꺼운 선거공..
‘욕속부달(欲速不達).’ 제자 자하가 한 고을 장관이 된 뒤 찾아와 정치하는 법을 묻자 공자가 준 답이다. ‘어떤 일이고 급하게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는 뜻으로 정치를 제대로 하려면 서두르지 말라는 충고였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보고 있자니 이 말이 떠오른다. 대선 패배 후에는 자숙하며 와신상담하는 관행과 달리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패배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송영길의 지역구 인천 계양에 출마했다. 명분은 지방선거를 총지휘한다는 것이었지만, 여론조사들은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간첩조작 사건으로 징계받은 검사, 국정교과서 불법 추진으로 징계 대상이 된 자, 성추행 관련 인사조치자 등 이런 ‘문제인물’들만 모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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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사람들은 직간접적인 경험과 지성의 단련을 통해 자유의 정확한 의미를 잘 인식하고 있다 자유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언사는 평등 가치와의 관계성과 인간의 정치성과 공동체성을 감안한 사회적-적극적-자유의 내용들을 포괄할 때에만 구사가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팬데믹 위기, 교역질서와 기후변화, 식량과 에너지 위기, 분쟁과 평화적 해결의 후퇴 등 국내외적인 위기와 난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하며, 재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한 가치가 있다. 자유가 바로 그것이다. 필자는 취임사의 이 대목을 보며 한편으로는 흥미롭고, 다른 한편으로는 궁금했다. 흥미로움은 국민을 상대로 한 대통령 취임사에서 뭔가를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훈계조’의 표현..
“한국 대통령은 젠더 불평등에 대한 압박 질문에 불안감을 드러냈다.” 한·미 정상회담 때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 대한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기사 제목이다. 관련 동영상을 되풀이해서 보니, 불안해 보인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사실 불편해 보이기는 했다. 기자는 대선 기간 성 평등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다고 하는 등 대통령의 오락가락 행보를 지적했다.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고 내각 인선에선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의 답변은 딱 한마디였다. 아직 여성들이 장관이 될 만한 자리(그 직전의 위치)까지 올라오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할 생각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말은 예외적인 몇몇 경우에만 해당하는 엉터리 ..
그제 복지시민단체들이 윤석열 정부의 복지정책을 토론하는 자리를 가졌다. 기대보다는 우려가 컸다. 예전 두 정부가 출범할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새 정부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2012년 대선에서 상대적으로 복지국가에 소극적이었던 후보가 당선되었어도 복지단체들의 의욕은 강했다. 무상급식 논쟁 이후 보편복지 담론이 부상하고 있었고 박근혜 당선인 역시 ‘한국형 복지국가’를 제시하며 복지 확대를 약속했다. 지지하는 후보가 패배했다며 오랜 기간 낙담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오히려 의지를 불태웠다. 박근혜 정부 내내 복지단체들은 복지 활동을 힘있게 펼쳤다. 문재인 정부를 맞아서는 정말 새 세상을 꿈꾸었다. 대통령까지 탄핵하며 무혈의 시민혁명을 이룬 자부심이 컸다.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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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시 대선 연장전으로 매김된 6·1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으로 하여금 후진 페달을 밟게 했을 것이다. 한동훈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했음에도,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던 민주당이 한덕수 총리 후보자 인준 가결로 전격 선회했다. 협치로 포장했지만, 억지춘향으로 읽힌다. 민주당 지지율이 20%대로 폭락하는 등 악화되는 여론을 외면하기 어려웠을 터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파놓은 함정에 안 빠지려고 임명 동의를 해줬다”(윤호중 비대위원장)고 했지만, 정작 스스로 함정을 판 건 민주당이다. 한동훈 법무장관 임명과 총리 인준을 연계시켜 대책 없이 시간만 끌다가 발목잡기 프레임에 포획되었기 때문이다. 청문회 정국에서 야당으로서 민주당의 얄팍한 밑천이 드러났다. 균형과 다양성, 탕평과 통합, 참신함과 미래 등 무엇 하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