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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목’을 아시는 분? 양말목이란 양말을 생산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잘려나가는 동그란 링 형태의 섬유 조각이다. 양말공장에서 양말 하나당 양말목 하나가 버려진다. 얼마 전까지 양말목은 쓰레기로 소각되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손으로 쉽게 뜨개질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나는 우리 집에 양말목 발매트와 방석을 깔면서 재활용 노벨상이 있다면 양말목 차지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던 중 재활용을 묻는 소비자의 질문에 “저희는 깨끗하고 색이 다양한 새 양말목을 판다”는 한 업체의 답변을 보게 되었다.

20년 전 1조5000억원이던 친환경 시장은 현재 약 30조원으로 20배 넘게 성장했다. 친환경이 돈이 되자 그린워싱이 춤추기 시작한다. 돈세탁처럼 환경을 해치면서도 환경을 위한 척 깨끗하게 세탁하는 것을 ‘그린워싱’이라 한다. 그린워싱이 좋아하는 ‘친환경’ ‘지속가능’ ‘천연’ 등의 문구는 제품의 환경성을 과장하고 소비자에게 거짓 정보와 값싼 위로를 제공한다. 깨끗한 ‘천연’가스는 친환경 에너지라고들 한다. 러시아와 서유럽을 잇는 ‘친환경’ 천연가스 송전망의 3분의 1 이상이 지나는 우크라이나는 21세기에도 침략전쟁을 당한다. 전쟁은 단시간에 최대치의 탄소를 배출하는 가장 반환경적인 행위다. 사실 석유도 자연이 만든 ‘천연’석유 아닌가. 이렇게 봉이 김선달 격으로 얼마든지 그린워싱을 할 수 있다.

그린워싱에 당하지 않으려면 소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욕구를 채우는 삶의 기술을 연마해 보자. 금욕을 넘어서는 쫀득한 즐거움이 있다. ‘당근마켓’에서 마음에 쏙 드는 저렴한 중고품을 발견했을 때의 횡재한 기분, 직접 요리한 음식이 그 어떤 배달음식보다 맛있을 때의 황홀한 기분 같은 거다. 친환경 제품은 생산부터 폐기까지 상품의 전 생애 동안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묻자. 청정에너지로 생산한 제품을 보면 그 청정에너지로 탱크를 굴리는지 버스를 굴리는지 무엇을 하는지 겹겹이 생각해보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연간 에너지 소비량과 생산 총량, 쓰레기 배출에 상한선을 정하고 이를 강제하는 제도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노력은 그린워싱에 멈추고, 환경피해와 쓰레기는 보이지 않는 곳으로, 다음 세대로, 가난한 사람들에게로 흘러간다.

최근 생분해 일회용품은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없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생분해 제품은 60도가 아니면 생분해되지도 않을뿐더러 일회용품은 친환경이라 하기 어렵다. 생분해 일회용품에 친환경 인증을 금지한 환경부는 기업과 일부 언론에 욕을 먹고 있다. 얼마 전 생분해 비닐장갑과 봉투, 친환경 선물을 보내주던 쓰레기 줍기 행사가 참가자의 문제 제기로 취소되었다. 행사 측은 실수를 인정하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행사를 취소한다 밝혔다. 이미 1000명을 모집했고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자 천연가스 회사의 주식이 뛴다. 천연가스 회사 주식이 오르는 것을 기뻐할 수는 없다며 그 회사 주식을 팔았다는 고백을 듣는다. 친환경이라고 해봤자 다 거짓말이고 그린워싱이라고 냉소적이 되지 않으면 좋겠다. 이를 되돌리기 위해 진심을 증명하고 손해를 감수하며 작은 변화를 일구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우리가 있다.

고금숙 플라스틱프리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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