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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3일 한·미정책협의대표단을 워싱턴에 파견했다. 대표단은 윤 당선인의 친서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워싱턴 조야의 주요 인사들을 만나 차기 윤석열 정부의 한·미 동맹 강화, 대북정책, 글로벌 전략 파트너십 등에 대해 설명하고 협력방안을 협의했다.

대표단은 한·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와 양국 외교·국방장관회의(‘2+2’)의 연내 개최 및 연례 정례화를 요청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지력 강화와 ‘전략자산’의 시의적절한 전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특히 대표단이 방미 중이던 지난 7일 윤 당선인은 역대 당선인들이 한·미연합사령부를 먼저 방문했던 관례를 깨고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의 협력 파트너가 될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무엇인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의 지난 6일자 미 하원 외교위원회 증언은 미국의 대북정책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셔먼 부장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봉쇄하는 미국의 대북전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북한이 자신이 취한 행동에 따른 책임을 지게 될 것임을 북한에 알게 해주고, 또 신뢰할 만한 대북 억지력을 과시하는 ‘강한 조치들’과 더불어 전제조건 없는 대화, 실용적이고 정교한 외교접근 등을 특히 한·미·일 3국 공조를 통해 해 나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중국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셔먼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 문제를 “해결했다거나 내일 해결할 것이라고 지금 말할 수 없지만, 우리는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아직 미국 정부가 사용하지 않고 있는 강한 조치들’에 대해서는 제재, 억지, 연합훈련, 한·미·일 공조, 유엔안보리 조치들, 핵·미사일 기술 관련 물질의 북한 반입 금지, 북한의 해외노동자 고용 및 송금 금지 등을 나열했다. 또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킬 유인책’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미국은 협상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북·미 간에 상황이 진전되면 적절한 방식으로 성과가 생겨날 것을 북한이 알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셔먼 부장관의 답변에 전혀 새로운 정책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바이든 정부가 전쟁과 평화 문제, 비핵화 문제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 그간 실패한 기존정책 외에 어떤 새로운 해결책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솔직한 고백이었다. 위와 같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을 고려할 때 윤석열 정부의 한·미 동맹 강화는 무엇을 의미하며, 그것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한·미 동맹 협력 강화는 양국이 힘을 합쳐 북한에 대해 더욱 강한 채찍을 사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북한이 어떻게 나올 것인가이다. 어떤 정책이든지 아무리 목표가 좋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협력을 얻지 못하면 목표 달성에 실패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 국내 및 국제 정치의 선전물이 되고 만다는 게 그간의 경험이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듯이 미국이 한반도에 B-1B 전략폭격기와 항모강습단 등 ‘전략자산’을 전개한다면, 북한은 틀림없이 ‘강 대 강’으로 대응할 것이고, 한반도는 2013년 봄과 2017년 하반기에 겪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심각한 ‘핵전쟁 위협’을 겪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윤석열 정부는 출범 시부터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의 파탄은 물론,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우리의 의지에 반하여 핵전쟁 위협이 일상화되는 참담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한반도는 미국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더욱 밀려나 있으며, 셔먼 부장관의 의회 증언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또 미·중대결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엔안보리도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즉 국제사회가 마비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한·미 동맹 협력의 일차적 목표로서 ‘한반도 상황의 안정화’에 집중하면 좋겠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한·미 양국이 전임정부들이 이뤄낸 북한과의 합의를 준수하겠다고 밝히는 데서부터 시작하면 좋겠다. 역사를 보면, 정답이 없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고, 그 정답을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만들어내는 지도자와 정부의 능력이 부족해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향후 5년 동안 나라와 국민의 삶을 책임지게 될 윤석열 정부가 결국은 우리가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인임을 재인식하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민족협력(자주성)과 동맹협력(국제성)을 ‘윈윈 방식’으로 결합하고 실행해내는 문제해결적 정책 능력을 보여줄 것을 간곡히 기원한다.

백학순 김대중평화회의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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