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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최근 ‘안아키’가 화제가 됐다. 백신접종, 병원치료 없이 자연면역력을 높여 아이를 키우는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의 잘못된 정보로 위험한 수준이 된 아이들의 글이 올라오면서다. 열이 39도가 넘는 아이에게 죽과 매실액만 먹였는데, 알고보니 가와사키병이었다는 사례, 중이염 앓는 아이에게 간장으로 비강세척을 시키는 사례, 면역력을 키워주기 위해 수두에 걸린 아이와 함께 놀게 하는 ‘수두파티’ 사례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2013년 개설된 안아키 카페의 가입자 수는 현재 5만8000여명으로 적지 않다. 운영자인 ‘마음살림탁터’는 한의사로, 똑같은 이름의 책도 지난해 출간했다.

안아키 카페에는 극단적 사례들이 나온다. 돌 전 아이에게 꿀을 먹이기, 숯가루를 물에 타 먹이기, 아토피로 괴로워하는 아이에게 증상을 완화시키는 일체의 로션이나 약을 바르지 말기를 권하는 것 등이다. 카페 자체적으로 강의를 하고 ‘맘닥터’란 자격을 부여해 의료상담을 하는 일종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논란이 커지자 대한한의학회는 “안아키 카페가 주장하는 것들은 현대 한의학적 근거 및 상식과는 맞지 않는다”고 성명을 냈다.

안아키에서 말하는 치유법은 상식적 수준에서는 납득가지 않는다. 그런데 왜 5만8000명이란 부모가 이를 믿고, 적어도 관심을 가진 걸까. ‘엄마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마케팅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엄마가 초보여서, 요령이 없어서, 잠깐의 유혹을 못 이기고 로션을 써서, 이런 말들로 죄책감을 긁고 불안감을 극대화시킨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아토피 환아 엄마들 중 안아키 엄마들이 많다”면서 “그 엄마들한테 ‘당신이 아이에게 백신을 맞히기 때문에 애한테 아토피가 생겼다’며 죄책감을 더해준다”고 말했다.

엄마 혼자 육아를 책임지는 현실이 ‘안아키 현상’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애를 낳고 혼자 기르는 건 여자의 한계를 끝까지 뽑아내는 일이다. 한국이 안아키 같은 민간비방+의사불신+독박육아 등에 빠지기 쉽게 특화되어 있는 환경”이라고 밝혔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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